[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대내외 경기부진과 고금리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부동산, 기계·장비, 자동차 등 부실징후기업도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듯 전조 증상이 있을 때 미리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응한 법무법인 세종 기업구조조정센터의 처방전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의사 진행 과정이 늘어지게 되면 기업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들어 두 달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회생합의 사건은 15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인 125건보다 24% 증가했으며 법인파산사건 건수는 288곳으로 40.5% 뛰었습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고금리·고물가가 겹치며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한계에 내몰린 기업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한계기업 증가…구조조정 적기 대응 중요
법무법인 세종은 경기 악화에 따른 부동산 PF 위축으로 건설·금융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NPL 규모가 확대되자 부동산·금융·도산 관련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센터’를 발족, 위기 대응에 나섰습니다.
센터장을 맡은 이경돈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기업 구조조정은 워크아웃 전 과정에서 파생 가능한 법률적 이슈는 물론 기업·채권자 등 이해당사자도 다양하다”며 “부동산대체투자그룹부터 도산팀, 기업자문·M&A그룹, 회생 전문가까지 필요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판사 재직 시절 서울문고, 옵티머스자산운용, 포스링크 등의 회생·파산절차를 담당하며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 손꼽힌 김동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유암코를 거친 송경옥 변호사(연수원 39기)와 쌍용자동차, STX중공업과 같은 회생회사 M&A 매각 주간을 수행한 이재하 변호사(변시 4회) 등이 전진 배치된 상태입니다.
(왼쪽부터)법무법인 세종 기업구조조정센터 이경돈 센터장, 김동규 변호사, 송경옥 변호사, 이재하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사진=세종)
세종 기업구조조정센터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적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구조조정 절차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보다 선제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재기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동규 변호사는 “자율협약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소진하고 채권자와 관계도 악화한 상태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오게 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일정기간 사업을 운영할 여유자금마저 모두 고갈되기 전, 즉 아프기 전에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실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은 점차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송경옥 변호사는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언급하며 “채권은행의 정기 신용위험평가 실시 결과를 보면 전년 대비 부실 징후를 보이는 대기업은 2개에서 9개, 중소기업은 183개에서 222개 사로 각각 7개 사, 39개 사가 증가하는 등 부실징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부실징후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업을 비롯해 도매·상품중개, 기계·장비, 고무·플라스틱, 금속가공업,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 분포돼 있다”면서 “코로나19 당시의 결손 누적 그리고 대내외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이나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금리상승과 원가 상승 등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데다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으로 연체발생 기업이 늘어난 까닭입니다.
송 변호사는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는 2조7000억원 수준(작년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아직은 금융권에서 감당할 수준이지만 NPL 규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실행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선제적으로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라고 제시했습니다.
단계적 구조조정 필요…계속 기업 시그널줘야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게 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 진행과 신규 자금 유치 등 제반 절차를 자문하고 있는 세종은 위기에 빠진 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절차 진행과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습니다.
이재하 변호사는 “현재 태영건설은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기업실사가 진행 중인 상태로, 다음 달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채권단 합의가 이뤄진다면 워크아웃의 초기 단계는 지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워크아웃 절차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가치를 최소한으로 훼손하기 위한 신속한 진행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사업장별로 수익성 분석을 한다거나 전체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플랜을 만들어 두면 차후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면) 채권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특히 “ARS(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이나 P플랜(회생계획안 사전제출)과 같이 회생절차개시 결정 이전에 채권단과 채무자의 합의 하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쌍용자동차 회생·매각자문 과정에서 ARS프로그램을 시도했었고, 레이크힐스순천 컨트리클럽 인수 과정에서는 P플랜을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절차를 마무리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 기업구조조정센터. (왼쪽부터) 송경옥, 이재하, 이경돈, 김동규 변호사.(사진=세종)
워크아웃·법정관리 앞서 최소 유동성 확보해야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과 통합도산법에 근거를 둔 법정관리(기업회생)로 구분되는 기업구조조정제도에 관해선 기업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어떤 제도가 더 낫다기보다는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 합치 여부 등 기업과 산업이 처한 특성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채권단에 금융기관이 많아 구조조정 방안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구조라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이 효율적이고, 반대로 일반 상거래 채권자나 기타 일반 채권자들의 비중이 높으면 법정관리를 선택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M&A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올해 기업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M&A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경돈 센터장은 “상업용 부동산에서 보면 전략적투자자(SI)보다는 외국인이 재무적 투자자(FI)로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가격에 대한 기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직 (구조조정 매물 인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사모펀드(PEF)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세종은 과거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하이닉스·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기업구조조정 절차 자문과 쌍용자동차, STX중공업 회생·매각자문 뿐만 아니라 작년 말 구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사례인 항공기 부품업체인 아스트 건을 자문해 양해각서(MOU) 체결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송 변호사는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세종은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담팀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기업·투자자 등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피력했습니다.
이재하 변호사는 기업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에 대해 “기업 회생이나 워크아웃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최소한 절차를 유지하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라며 “회생이나 파산 같은 경우 기존의 계약 관계를 비틀어서 채무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는 절차이기 때문에 특유의 법리를 이해하고 회생법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산법에 관해 많은 사례나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로펌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