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박대형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9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법조계가 의정 간 중재에 나섰습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정부와 의사협회, 전공의 등 당사자들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보건의료정책 쟁점들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고 논의하는 토론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합리적·법리적 쟁점을 정리하고 절충해 갈등을 풀고 의료개혁 정책을 도출하자는 취지입니다.
변협 관계자는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며 “전세사기 사태 때에도 피해자 지원 TF를 구성하고 중재자 역할을 했는데,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변협이 현재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협은 전공의 사직 직후부터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의견 대립을 좁히는 창구로 물밑작업을 진행했지만, 양측 간 입장이 첨예하게 달랐고,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면서 입중 조율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총선 이후에도 대치 국면이 심화되자 양측을 중재할 토론회 자리를 제안하고 나선 겁니다.
변협은 전날 성명서는 내고 “의사들의 행동이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이는 헌법상 건강권, 생명권 및 행복추구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조화될 수 없다”며 “의료계가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료개혁을 위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해야만 의료위기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료개혁 계속” vs “증원 백지화”
다만 빠른 시일 내 토론회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는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의사단체들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입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현재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누간가 나서긴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의사단체들도 의사협회와 전공의, 병원 등이 서로 입장이 다르고, 다음달 의대 입학전형 확정 전까지 시간도 촉박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한 의대생들은 각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입학전형 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입니다. 현재 각 대학은 정부가 지난달 배정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분을 반영해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전국 32개 지방 의대생 1만3000여명은 오는 22일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창현·박대형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