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총선 3연패…무능에 이념과잉

22대 총선 결과, 단순 패배 아닌 '보수 위기'
'윤심'만 좇다가 '민심'과 멀어진 국민의힘

입력 : 2024-04-19 오후 5:15:4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의 보수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정치적 나침반을 잃어버렸습니다. 보수의 이념은 실종되고, 보수 집단의 정체성은 모호해졌습니다. 보수의 정책은 효율성을 상실하고, 보수의 인물은 빛을 잃었습니다. 22대 총선 결과는 한국의 보수정치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보수 계열 정당 사상 초유의 총선 3연패 성적표는 더 이상 보수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전락했다는 뼈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히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이 하나의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정치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새겨넣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쪼그라든 의석수…'주류→비주류'로 전락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22대 총선까지 국민의힘 의석수 변화를 살펴보면 주류를 차지하던 보수정당의 위기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2008년 이명박정부 1년차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총 153석(지역구 131석·비례 22석)으로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2012년 이명박정부 5년차에 진행된 19대 총선 역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총 152석(지역구 127석·비례 25석)의 단독 과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4년차에 치러진 2016년 20대 총선에선 이른바 '진박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122석(지역구 105석·비례 17석)에 얻는 데 그치며 패배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시작된 '보수의 위기'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문재인정부 4년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총 103석(지역구 84석·비례 19석)을 얻으며 무너졌습니다. 이후 윤석열정부 3년차에 진행된 올해 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은 108석(지역구 90석·비례 18석)을 겨우 얻으며 그나마 개헌 저지선을 지켰습니다. 사실상 4년 전 21대 총선에서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성적표입니다. 더불어 보수정당 사상 초유의 총선 3연패라는 기록도 함께 남겼습니다. 
 
편향된 이념전쟁…중도 외연 확장 실패
 
'보수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대중 정서와 거리가 먼 '이념 과잉'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부터 강조해온 자유주의·법치는 실제 보여준 국정 기조·통치 방식과 사뭇 결이 달랐습니다. 특히 집권 2년차에 접어들자 곳곳에서 보수의 가치를 이념적 가치로 몰아가는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정부·여당은 "반국가세력·공산세력·종북세력 척결"을 외치며 이념전쟁을 자처했습니다. 보수정치가 지켜야 할 중심 가치를 경시함으로써 결국 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앞장서 이념전쟁을 부추기고 집권여당의 대표가 툭하면 '운동권세력'을 강조하며 색깔론을 띄우자, 탈이념적 지향이 강한 중도층은 거북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편향된 이념 결과는 중도 외연 확장의 실패로 이어졌고, 국민의힘 지역구 의석수 분포는 과거 충청권에 기반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빗대 '영남 자민련'이라 불릴 정도로 영남에 편중됐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소속 당선인 18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 90명 중 대구·경북(TK)와 부산·경남(PK) 출신 의원은 59명으로 65.6%나 차지한 반면, 수도권 의원은 21.1%에 그쳤습니다. 여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도 19석(서울 11석·경기 6석·인천 2석)을 얻는 데 그치며 당의 체질이 '보수 영남당'으로 바뀌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무능력·권위주의'…보수 위기 가속화
 
'무능력'도 '보수의 위기'를 가속화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를 앞구고 민심의 요구는 '경제와 민생', 단 두 가지로 단순하고도 분명했습니다. 특히 고물가 앞에서 시름하는 민심의 요구는 민생 안정을 강력하게 외쳤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15~17일 조사,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응답자의 30%는 4·10 총선에서 영향을 준 요인으로 '물가 등 민생 현안'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대응은 민심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대파 한 단에 875원'만 유권자의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불통', '권위주의' 역시 보수정치의 색깔을 잃게 했습니다. 총선 패배 이후 엿새 만에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는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 내놨습니다. 대국민 메시지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뒤늦게 떠밀리듯 내놓은 반성문에 불과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지 않은 대통령'이 된 지는 아주 오래됐습니다. 오만은 비판과 여론을 차단했고, 강압적 권위주의는 보수정치의 회의감만 불러왔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패배는 여당 패배를 넘어 보수정당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대한민국 보수는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여권의 위기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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