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 없이 달라질 것 없다"…의정갈등 다시 '원점'

'더 이상의 양보 없다' 정부 강경입장
"의대 증원, 한 명도 늘릴 수 없다" 초강경 맞불

입력 : 2024-04-22 오후 4:56:18
 
 
[뉴스토마토 수원=박한솔 기자] 정부가 22일 의사들의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요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하면서 의정 갈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부는 지난주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한적 범위 내에서 각 대학에 의대 증원 재량권을 부여했지만, 의사들은 원점 재논의 또는 1년 유예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멈춤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의 마지노선을 설정했습니다. 
 
의정 갈등이 좀처럼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 및 보호자들의 원성이 큽니다. 이들은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사들이 서둘러 대화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화는 '원점 재검토 논의' 때 가능"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 입장이 전해진 뒤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든 대화는 원점 재검토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할 때부터 가능해지는 것일 뿐, 그 전까지 달라지는 건 없다"면서 "의대 자율 증원을 두고 정부는 굉장히 많은 것을 포기한 냥 선심 쓰는 척 하지만,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대교수가 교수연구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시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의대 증원 관련 정부의 대학 재량권 부여에 대해 "오히려 근본적으로 '2000명'이라는 정부 원칙은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면서 "전공의와 교수들, 그리고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대 증원 2000명'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오는 25일 중대기로에 서게 됩니다. 지난달 25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의 민법상 효력이 이날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공의들 상당수가 이미 의료 현장을 이탈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되면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정부도 가장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특별 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는 같은 날 총회를 열고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음날 의협 비대위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 발표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이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의료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대통령은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습니다.
 
22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자리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근조화환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환자들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어"
 
의정 갈등 장기화에 환자단체와 병원 노동자들은 양측의 양보와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강 대 강 대치 속에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지금의 사태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들을 대표해서 의사단체들을 직접 만나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설득해 달라"고 촉구했고, 의사들에게도 "환자들은 절망과 고통을 겪으며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의사들은 조건 없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환자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대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면서 교수들의 병원 이탈 자제를 애원했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진료정상화 촉구' 보건의료노조-환자단체 공동기자회견(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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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