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25일부터 집단사직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직 효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민법상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경우는 사직 의사를 밝히고 한 달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특별법인 국가공무원법을 우선적으로 적용 받아 민법상의 사직 효력 여부가 쟁점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차관은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수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절차와 형식 등을 갖춰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는 많지 않고, 이를 수리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3일 대구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수의 임용권자인 국립대 총장이나 사립대 이사장의 승인이 없으면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대학 교수는 민법에 앞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국립대 교수뿐 아니라 사립대 교수 역시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합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하더라도 사직 의사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는 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한다 해도 근로계약이 노예계약이 아닌 이상 사직 효력은 1달 후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공무원법에도 특별히 사직처리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고, 거부할 경우에도 특정한 사유가 충족돼야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사직 효력 여부와 상관없이 의대 교수들에게 진료유지 의무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대 교수와 의사 신분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교수가 사직하는 건 대학과의 고용 문제인데, 사직했다고 의사의 진료 의무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관계 유지와 별개로 의대 교수들에 대한 진료유지명령 등 의료법상 정부의 행정명령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대교수 ‘주1회 휴진’ 확산
이런 엇갈린 법률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현실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총회에서 다음주 중 하루를 휴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국 주요 병원들에서 ‘주 1회 휴진’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합니다. 울산의대 교수들도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다음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한 항의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은 지난 3월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당장 5월1일부터 사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사직 절차와 형식이 내용을 갖추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먼저 병원을 떠나겠다는 겁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