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B증권, 유상증자 잇달아 주관…실권주 또 떠안을까

올 들어 한주라이트메탈·신라젠 유상증자 주관
시설투자·연구개발 투자 계획에도 시장 반응 '싸늘'
지난 두 건의 딜에서 1천억원대 실권주 떠안아

입력 : 2024-04-29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7: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KB증권이 최근 한주라이트메탈(198940)신라젠(215600) 등 중형급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로 잇달아 선정됐다. 기업공개(IPO)에 이어 유상증자에서도 실적을 쌓아 주식자본시장(ECM) 1등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문제는 실권주다. 실권주 발생 우려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KB증권이 주관하는 기업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데다 유상증자 기업에 대한 시선도 차갑다. 게다가 KB증권은 2022년과 2023년에 참여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1천억원대의 실권주를 떠안기도 했다. 
 
 
 
유상증자 분위기 '냉랭'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주라이트메탈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받았다. 앞서 한주라이트메탈은 구주 1주당 신주 0.636주를 발행해 229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공시한 바 있다. 당시 신주 발행 예정가는 1760원으로 증자 결정에 따라 이전에 발행한 전환사채(CB) 전환가도 3869원에서 3339원으로 조정됐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지난 1987년 설립된 자동차 경량화 부품 업체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에 필요한 경량화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현대차(005380)그룹의 eM 플랫폼 프로젝트 기한에 맞춰 3년간 두 차례에 걸쳐 총 578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1차 시설투자 예상금액은 260억원이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한주라이트메탈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유상증자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둔화와 더불어 상장 이전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금 회수에 나서자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주는 물론 시장 반응도 냉랭하다.
 
한주라이트메탈의 지난해 매출액 2209억원, 영업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주가도 이사회가 지난 5일 증자를 결의하면서 하락, 공모가인 3100원을 밑도는 2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신라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라젠은 지난 4월19일 의사회를 열고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을 육박하는 수준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유상증자 1주당 예정발행 가격은 3750원으로 이후 1차 발행가격과 2차 발행가격을 구해 최종적으로 오는 6월13일 가격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하자 주가는 곤두박질하며 20%가량 떨어졌다. 오랜 거래정지를 버텨온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고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해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과거보다 다양해진 파이프라인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BAL0891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환자 등록을 마칠 예정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임상 1상 결과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사진=KB증권)
 
두 번의 실패 경험…실권주 대비책은
 
KB는 한주라이트메탈과 신라젠의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한다. 한주라이트메탈의 경우 KB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발행 물량 228억원 전액을 인수하는 조건이다. 신라젠은 발행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646억원을 인수키로 했다.
 
한주라이트메탈과 신라젠 모두 인수 인수수수료는 모집총액의 1.2%로 책정됐다. 그리고 실권수수료의 경우 잔액인수금액의 15.0%, 신라젠의 경우 대표 주관 수수료가 별도 0.1% 책정됐다.
 
유상증자가 흥행에 성공해 완판하면 KB증권은 두 건의 유상증자로 각각 2억7400만원, 7억7600만원가량의 인수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완판에 실패해 실권주를 떠안게 되면 실권 수수료 15%는 받지만 미매각된 물량은 그대로 손실이 될 수 있다.
 
실제로 KB증권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분자 진단 기기 개발사 미코바이오메드(214610)의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578만8148주를 인수해야 했다. 지분율 15.94%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유상증자에 이어 실시된 주당 0.2주의 무상증자 물량까지 총 694만5777주 가량을 받았다. 
 
당초 해당 유상증자의 발행물량은 총 1800만주였지만 구주주 대상 1129만6352주 청약에 그친데다 일반 공모에서도 91만5500주만 신청됐다. 발행가액도 낮아져 주당 3570원에서 2705원으로 책정돼 증자규모도 48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KB증권은 당시 금액으로는 157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현재 미코바이오메드 주가는 발행가액에도 한참 못 미치는 1400원 초중반대에서 거래 중이다.
 
이전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유상증자 때도 주관사로 참여해 떠안은 실권주를 최종 매각하면서 200억원대의 최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올해 주관하는 딜은 단순 채무 상환이 아닌 R&D와 같은 회사 기본가치 상승을 위한 자금 조달인 만큼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당 건의 경우 자금 조달 니즈에 대해 제안 후 경쟁을 통해 주관사로 선정된 일반적인 투자은행(IB) 영업 딜"이라며 "두 건 모두 회사의 한 단계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와 R&D 투자자금 확보 차원인 만큼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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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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