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2%대 물가…유가 불안 '위태로운 줄타기'

4월 물가상승률 2.9%…0.2%포인트↓
농축수산물·개인서비스 모두 '둔화'
국제유가 불안 여전…3%대 재진입 가능성↑
OECD 올해 전망치 '2.6%'…내년 안정기조 안착

입력 : 2024-05-02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3개월 만에 2% 후반대로 내려왔지만 물가 경로에 미칠 영향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최근 중동사태의 여파, 내수 흐름, 기업 가격 인상 움직임 확산 정도 등 다시 3%대 고물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유가·농산물 불확실성이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예상하고 있지만 2.0%의 물가 안정기조는 내년 안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3개월 만에 3%대에서 2%대로 내려왔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월 이후 세 달 만에 2% 후반대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9% 올랐습니다. 지난 1월(2.8%) 이후 두 달 연속 3%대 고물가를 유지한 후 석 달 만에 정부 예상의 부합 수준으로 소폭 내려앉았습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변동분을 제한 근원물가,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생활물가도 3월에 비해 소폭 낮아졌습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생활물가 상승률은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낮았습니다.
 
다만 채소와 생선, 해산물 가격을 보여주는 신선식품 역시 전월 대비 0.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개인 서비스가 물가 상승률을 0.95%포인트 끌어 올렸고, 농산물은 0.76%포인트 올랐습니다.
 
이 기간 농축수산물은 10.6% 급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11.7%)보다 1.1%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3월부터 정부가 과일값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한 데 따른 효과가 작용한 셈입니다. 기상과 수급 여건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2.8%로 지난달(3.1%)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습니다. 외식만 두고 본 상승률은 3.0%로 전월(3.4%)보다 내려갔습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지난 2022년 원자잿값 증가 등으로 외식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그 이후 꾸준히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체감 수준은 높겠으나 둔화 흐름은 확실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석유류 물가는 1.3% 올라 전월(1.2%)보다 0.1%포인트 소폭 상승했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정세 불안, 이란 및 우크라이나 이슈가 있어 불안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4월 물가는 전월(3.1%)과 비교해 0.2%포인트 하락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4월 석유류 안정세…5월 변수
 
더욱이 5월부터 중동 충돌에 의한 국제유가 변동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 1월 70달러 후반대였으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4월 80달러 후반으로 치솟았습니다. 이 여파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5월 석유류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정부도 석유류 변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공미숙 심의관은 "정부가 현재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석유류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경임 물가정책과장은 "석유류는 전망 수준 폭이 워낙 커서 예측이 어렵다"며 "변동성이 크다 보니 공급적 충격 요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석유류 반등으로 3%대 고물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분기 저유가를 기록한 데에 대한 기저효과도 나타나 상승률이 비교적 더 높게 계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세 달 만에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했는데, 오는 5월에는 석유류  요인 때문에 3%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며 "수입 원유 도입 단가를 놓고 봐도 시차를 감안하면 4월보다는 5월 영향이 커 석유류 인상 등 물가 상승 압력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지고 이전처럼 80달러 중반 수준의 유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존재한다"며 "기름값 등 영향으로 오는 7월 물가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습니다.
 
OECD는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책정했습니다. 
 
OECD 측은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미약했던 내수도 하반기 이후 금리인하와 함께 회복될 것"이라며 "3% 근처의 물가는 연말로 가면서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2024년 2.6%, 2025년에는 목표수준(2.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4월1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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