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보고서 닮은꼴…기업들 밸류업보고서 이중부담

정례 보고서 형태 될 전망…공시 부담 가중
재계 “만천하에 약속…매년 준비 상당한 부담”
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밸류업 본질 비껴가”

입력 : 2024-05-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밸류업이 정례 보고서화 된 형태로 기업들에 공시 부담을 지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밸류업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지배구조보고서와 비슷한 유형으로 기업들은 강제성을 느낄 것이란 관측입니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공시 방식을 설명한 밸류업 2차 가이드 발표가 있었고 이달 말 인센티브를 구체화한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재계는 결국 현행 지배구조보고서와 비슷하게 연내 한번 보고서를 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봅니다.
 
기업은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공시해 밸류업 계획을 확정해야 합니다. 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의 변경 사안이 클 경우 정정공시도 해야 합니다. 다만 비재무지표 공시 등에 대해 어디까지나 예측임을 명시해 의무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밸류업 계획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결국 현행 지속가능보고서나 지배구조보고서처럼 형식선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공시 형태이기 때문에 법무법인 법률검토를 거쳐야 하는 비용 부담이 추가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해마다 밸류업 계획을 따로 수립해야 하는 고민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통상 대기업은 특정 로펌과 연간 계약을 맺고 기본 대금을 지불하며 굵직한 의뢰가 발생할 경우 추가 대금을 냅니다. 밸류업 보고서의 경우 상당한 검토 자원이 투입돼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만천하에 약속을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보고서에서 호재를 찾아 투자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민사소송까지 번질 수 있다. 매년 공시내용을 준비할 게 그보다 피곤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인센티브는 배당감세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대한 정책 가산점 부여 등입니다. 하지만 투자여력이 분산되는 배당은 마냥 늘리기 어렵고 대표적 주주환원 방식인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실행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많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부담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PBR, PER을 신경쓰면 투자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또 지배구조보고서는 ‘의무대상이 아닌 경우도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주주들은 쓰라고 할 것 아니냐. 자발적이란 밸류업 보고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면 미래 투자를 못해서 주가 상승 동력이 떨어진다”며 “미국엔 차등의결권도 있는 데 비해 국내선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해 자사주 소각도 적극 나서기 어렵다. 밸류업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아베 총리 때부터 10년 이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과정을 거쳤다”며 “최근 일본 증시가 좋아져 주목받는데 그것도 10년 성과로 설명 될지, 혹은 중국에서 돈이 빠져나와 일본에 유입된 까닭인지 판단하긴 이르다. 다만, 일본은 지배구조 개선이란 정공법을 써온 반면, 우리는 동영증권거래소에서 공시 관련 의무를 강화시킨 것만 가져와 밸류업을 한다는 것. 일본에서도 다룬 본질적 문제조차 다루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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