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아워홈, 남매의 난에 '휘청'…누가 빌런 인가

회사 경영에 진심이고 능력 있는 후계자 필요
구미현 씨 등 회사 경영보다 '현금' 확보 방점
코로나 이후 물 만났지만 성장 시기 놓칠 듯

입력 : 2024-05-0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7일 17: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아워홈 직원들은 어떤 기분으로 회사를 다닐까.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한편으로 오너가 남매들의 경영권 싸움에 불안감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지 모른다. 물론 오너가 싸움이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회사의 주인이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태평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오너가 형제들의 경영권 싸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기업을 취재하다 보면 흔하게 목격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아버지가 경영권 승계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고 없이 사망할 경우 자녀들의 경영권 싸움은 극에 달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내가 형보다, 내가 누나보다 혹은 동생보다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좀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워홈 본사. (사진=아워홈)
 
이런 경영권 싸움은 비록 남들 보기 흉하고, 진흙탕을 누비는 과정을 겪을지라도 능력 있는 자녀가 살아남아 회사를 이끌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 대부분 이렇게 형제들을 제치고 회사를 이끌고 있는 후계자는 기업 성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왕자의 난’을 통해 현대차(005380)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보면 일견 수긍도 간다.
 
회사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도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닌데, 하물며 경영에 대한 의지가 약한 자녀가 회사 지분만 믿고 회사를 경영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약한 후계자에게 성공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이번 아워홈 남매의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생각이기도 하다.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매출액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사업과 푸드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그러나 구 부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서 관련 사업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내이사로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이자, 구 부회장의 큰 언니인 구미현씨와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선임됐다. 이들은 그동안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미현씨는 현재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같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분이 57.84%에 달한다는 점에서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구 씨는 구 부회장이 배당금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묵살한 것에 반발하며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성장보다 개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 씨 부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올해 배당금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 1453억원에 달하는 장기차입금을 갚고도 현금성자산이 2375억원에 달한다.
 
사실 비상장 회사에 대한 최대주주들의 지분 싸움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배당금 확대나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회사 성장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고, 업계 1위 기업도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를 놓쳐 망가진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물 만난 아워홈이 시원하게 노를 저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진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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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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