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과 기업)"글로벌 최저한세·디지털세 '폭탄'…조세 분쟁 대비해야"

김앤장 이상우·김희철 변호사, 국세청·법원 거친 조세 부문 전문가
국제 조세 환경 변화 움직임…과세당국 간 해석차, 기업에 부담 요인
이중거주자·다국적기업 과세 범위도 다툼 여지…예측 가능성 높여야

입력 : 2024-05-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2만30건'. 
 
조세심판원이 집계한 지난해 조세심판 처리대상 건수입니다. 이는 전년(1만4814건)에 견줘 35.2% 증가한 것으로, 납세자가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개원 이래 최고치입니다.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한 경영을 위한 필수 요건이지만, 매년 세법과 시행령이 정기적으로 바뀔 뿐만 아니라 각종 조세 특례까지 추가되면서 이의나 심사청구 등 불복 사례가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조세의 경우 정치 상황이나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경을 넘나들다 보니 해외자산과 인적 이동에 따른 국제조세 문제나 조세범처벌 등 형사 문제에 대한 검토도 요구되는 실정입니다. 세금 문제가 기업에는 호환·마마나 다름이 없어진 셈입니다.
 
조세소송·심판·조세쟁송·세무 자문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상우, 김희철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조세 관련 쟁점을 점검하고, 발생 가능한 법적 분쟁과 조세부담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국세청과 서울 중앙·북부지법을 거치며 조세쟁송 전 단계를 두루 경험한 이상우 변호사는 조세 환경에 대해 “세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하는 정책도 반영하다 보니 새롭게 판단돼야 할 부분이 생기면서 관련 분쟁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 이상우(사진 왼쪽), 김희철 변호사.(사진=김앤장)
 
작년 조세불복 심판청구 최다…디지털·글로벌화 흐름에 저항도 커져
 
실제 올해 들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비롯해 탄소국경조정제도, 유럽의 조세회피 방지지침 등 국제 조세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LG오너가나 롯데·효성·SK 등 대기업에서도 조세 불복 절차(작년 사업보고서 기준)를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변호사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글로벌 매출이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최저세율인 15% 미만의 세금을 내면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서 부족분을 추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세금 깎아주기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라며 “글로벌 측면에서는 보조금과 같은 투자 인센티브 부분이나 다국적기업과 과세당국 간 해석 차이로 인한 분쟁이 있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내 '실효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보조금까지 폭넓게 포섭하는 식으로 간다면 (추가 세액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법원 조세조 총괄 재판연구관을 역임하는 등 법원 시절부터 조세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김희철 변호사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경우 기후 온난화 방지와 연결돼 철강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글로벌 최저한세나 유럽 조세회피 방침과 같은) 관련 제도에 적용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 조세 환경의 흐름이나 요구 사항에 맞춰 생산이나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이라고 꼽았습니다.
 
글로벌 산업에서 국경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다국적기업의 과세 범위에 대한 해석도 조세 쟁송의 주요 이슈로 지목됩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외국 법인의 경우 주로 국내 원천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는데 그 범위를 놓고 견해 차이가 있다”며 “아무래도 외국법인은 국내 원천 소득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좁게 해석하는 입장을 취하는 반면 과세당국은 조금 더 넓게 취하는 방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상우(사진 왼쪽), 김희철 변호사가 조세법과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앤장)
 
글로벌 IT나 플랫폼 기업 등에서 대해선 “국경을 쉽게 넘나들다 보니 국제적으로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고, 필라1·2 등 디지털세 도입도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세금 도입 시 어느 정도 과세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일방의 국가만 세금을 높이게 되면 자본이 들어오지 않거나 빠져나갈 수가 있어 국제적인 협력과 명확한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습니다.
 
이어 “현재 글로벌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 회피 방지 대책(BEPS) 등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법적 실효성을 높이고 합의를 이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세의 적용을 받는 국내 기업이 2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세 부담 최적화를 위한 전략을 짜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입니다.
 
디지털세 적용 기업 200개사 전망…법적 안정성 제고해야 
 
인재 유치 활성화 차원에서 장기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특례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거주자는 소득세법이 규정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소득세 납세의무가 있지만, 해당 과세기간 종료일 10년 전부터 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외국인 거주자(단기 거주 외국인)에 대해선 국내 원천만 신고하도록 허락하는 등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며 “글로벌 국가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조세조약상 이중거주자의 거주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중대한 이해의 중심지'와 '일상적인 거소'에 대한 과세 관청과의 법리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소득세법령상 거주자의 범위 등에 대한 합리성 제고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김 변호사는 “납세의무 범위가 조금 더 예측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면서 “결국은 구체적인 생활 관계를 따져서 결정할 문제인데, (거주자 범위가) 수학적으로 나눠지지 않다 보니 과세권 범위 등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되는 부분이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인 한중 조세조약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과 관련해서는 공제 인정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 변호사는 “2014년 입법 이후 세월이 흐른 데다 외국 납부 세액의 경우 공제 방식이나 세액 감면 규정을 제한적으로 들여오다 보니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외국인 납세액 공제가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입법적으로는 반영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원에서 이 빈틈을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조세 환경이 갈수록 디지털화·글로벌화되고 있는 만큼 법적 쟁점과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내부적으로도 전문팀을 마련해 조세 법률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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