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고유가와 더불어 국제 곡물가격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국제 곡물가격 등이 오르면 국내 외식·가공식품 물가는 직격탄을 맞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브라질의 80년만의 집중호우 발생 등 기후변화 요인까지 가중되고 있어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국제 곡물 '변수'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한 119.1포인트로 두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1% 상승한 118.9포인트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세계식량지가격지수 품목군별로 보면 곡물·유지류·육류 가격은 상승했으며 유제품·설탕 가격은 하락했습니다. 곡물 중 옥수수는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물류 애로가 발생한 와중 수입 수요가 증가하고, 브라질에서 생산량 전망이 하향함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또 유지류 중 유채씨유는 유럽 일부 생산 지역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올랐습니다.
브라질의 80년만의 집중호우도 국제 곡물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2위 대두생산지역인 리오그란두술주에서 4월29일부터 3일간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 피해로 대두 수확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피해규모는 200만~500만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콩 생산량의 0.5~1.3% 수준입니다. 실제로 홍수 발생 이후 콩 선물가격이 일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콩 선물가격은 4월29일 기준 427달러였으나 5월8일 446달러로 3.5% 급등했습니다.
15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은 2021년6월부터 35개월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공식품·외식 물가 여전히 '불안'
높은 국제유가, 고환율 등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합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면 국내 가공식품 물가와 외식물가는 상승세로 이어집니다. 올해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습니다. 이어 2월 1.9%, 3월 1.4%, 4월에는 1.6% 상승한 바 있습니다. 1월보단 낮아진 상승률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외식물가 상승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6%였습니다. 2월은 3.8%, 3월 3.4%, 4월 3%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보다 높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식재료비를 포함해 인건비·공공요금·물류·유통 등 다양한 비용이 복합 반영됩니다. 특히 외식 물가는 상품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성상 식재료비 외 인건비·공공요금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 다른 분야에 비해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린 특성이 있습니다.
"수입 가공식품 원재료 할당관세 도입"
농식품부는 브라질 홍수, 라니냐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슈 등을 감안해 국제 곡물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합니다.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적정재고 확보 등을 통해 수급 불안 요인에 대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분협회·전분당협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사료협회 등 업계와 소통하면서 적정 재고물량 확보와 국제곡물가격 특이사항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과 협력해 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통해 매월 국제곡물 수급현황·전망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계절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웨더마켓 기간(4~8월)에 진입하며 기상여건 등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인 세계 수요·공급 상황이 안정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가격 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수입 가공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신규 도입·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소 식품·외식기업의 식재료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한 원료매입자금도 지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식품·외식 물가는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분야인만큼, 정부는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며 “업계에서도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22일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과일·채소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