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전기차 시대 문 닫는 부품사 속출

2019년 이후 국내 완성차 협력사 감소세 뚜렷
전기차 부품수 적고 대응여력 부족
7월 '미래차법' 시행, 부품산업 전환 촉진 기대

입력 : 2024-05-20 오후 2:28:36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급격한 전동화 전환에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공정이 단순해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데요. 미래차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문 닫는 부품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회사(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003620), 타타대우)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 수는 691곳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습니다.
 
국내 부품업체 수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이중 대기업이 299곳(43.3%), 중소기업이 392곳(56.7%)으로 집계됐습니다. 대기업은 2곳이 줄은 반면 중소기업은 36곳이 감소했습니다. 2019년 824곳에 달했던 부품업체 수는 2020년 744곳, 2021년 732곳, 2022년 729곳 등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특히 최근 5년간 30곳이 감소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160여곳이 줄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2019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모터 등 관련 부품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됩니다. 또 국내 부품업체들은 현대차·기아에 내연기관 부품 납품 의존도가 높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전기차 부품 공급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로의 부품 납품액 비중은 89.9% 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부품 자체 조달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사진=현대차그룹)
 
내연기관차보다 적은 전기차의 부품 수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내연기관차는 평균 2만5000~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절반 수준인 1만5000개만으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으로 엔진과 배기, 연료계 부품은 사라지고 동력 전달 부품도 상당수 감소하고 있습니다.
 
부품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미래차 전환에 투자할 여력도 없습니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래차 전환으로 감소가 예상되는 부품 관련 기업 수가 4429개로 전체 부품업계의 43.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전기·수소차로 생산하면 고용은 17% 감소하고 20% 생산시 30% 준다"며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전기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근로자와 사업자가 어렵지 않게 기술적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부품사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전동화 전환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우선 오는 7월 10일부터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이 시행됩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소프트웨어를 미래차 기술로 명확히 하고 미래차 기술개발과 사업화, 표준화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확보, 신기술·인프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기업 현황을 반영해 지원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일자리, 부품 생산 등 흐름에 역행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공급 확대는 필연적이지만 이 시기에 가격, 충전 인프라 등 부정적인 요소를 보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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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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