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과 SK그룹 시가총액이 연초보다 회복됐습니다. 작년 말까지도 암울했던 반도체 업황이 1분기부터 반전돼 그룹 밸류체인 전반에 온기가 도는 모습입니다. SK그룹은 LG그룹에 내줬던 2위 자리도 되찾았습니다.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일으킨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세계적인 AI 광풍이 실체 있는 현상일지, 혹은 거품일지 관심이 쏠립니다.
20일 각 그룹에 따르면 지난 주말 종가 기준 삼성그룹은 시총 66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연초 645조원에서 급등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초 516조원에 비해선 무려 146조원이나 불어났습니다. 반도체 메모리 시황이 회복되면서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도 올랐습니다. 삼성전자향 거래가 많은 삼성전기도 덩달아 회복세를 보입니다. 만년 적자였던 삼성중공업도 꾸준히 흑자를 내며 주가도 상승세입니다. 삼성SDI만 배터리 업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가가 부진합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SK하이닉스에 힘입어 SK그룹 시총도 연초 175조원서 최근 210조까지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초 시총은 122조원에 그치는 등 삼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황을 따라 가파른 곡선을 탔습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배터리 등 여타 사업이 부진해 자칫 신용위험이 번질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SK그룹은 기존 확장정책을 멈추고 자산 매각 등 내실화에 나섰습니다.
배터리에다 화학 업황이 부진한 LG그룹은 같은 기간 180조원서 167조원으로 역행했습니다. 순위도 연초 2위에서 3위로 밀려났습니다. 지난해 초 시총은 197조원으로 삼성 및 SK와 정반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사업개편과 더불어 제품 수급을 조절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적자가 길어졌던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일이 다가오면서 영업환경이 호전될지 관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126조원서 144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초 97조원부터 오름세가 유지돼 왔습니다. 전기차 성장 둔화 및 가격경쟁 속에도 완성차 관련 밸류체인이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는 덕분입니다. 현대차, 기아 이익률이 최근 3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다소 부진한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등을 제외하면 그룹 계열사 대체로 선방 중입니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등 저PBR(주가순자산율)주가 많은 것도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정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며 시장의 관심이 현대차그룹에 쏠리는 현상입니다.
그 외 그룹 시총 10위권 내 HD현대그룹 약진이 부각됩니다. 그룹은 연초 32조원서 50조원으로 성장해 순위도 9위서 6위까지 올랐습니다. 정유부문 이익 감소에도 조선과 기계 사업에서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이달 8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신규 상장해 증시 자본을 끌어당겼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연초 36조원서 30조원으로 후퇴했습니다. 순위도 8위서 10위까지 내렸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 압박으로 라인야후 경영권을 내줄 위험에 처한 게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