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표 외식 메뉴인 김밥 가격이 3000원을 훌쩍 넘어서고 냉면이 1만2000원에 육박하는 등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사례 역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이처럼 내식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연일 호실적 행렬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물가 안정 천명에 나선 정부가 지속적으로 업계에 가격 안정을 당부하고 있어 이 같은 팽팽한 신경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밥·냉면·자장면 등 크게 올라…외식 물가가 평균 상회
서울 기준 8개 외식 대표 메뉴 중 김밥·냉면·자장면·칼국수·김치찌개백반 등 5개 품목 평균 가격은 지난달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 가격은 3323원에서 3362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1년 전 대비 7.7%, 2년 전보다는 15.6% 각각 오른 것입니다. 특히 지난달 김은 물론, 가공식품인 맛김 물가 상승률이 각각 10%와 6.1%로 집계되면서 향후 김밥 가격은 더 오를 전망입니다.
냉면 가격은 한 그릇에 평균 1만1538원에서 1만1692원으로 뛰며 1만2000원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자장면 가격은 지난 3월 7069원에서 지난달 7146원, 칼국수 한 그릇 값은 9115원에서 9154원으로 인상됐는데요.
이처럼 외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외식의 근간을 이루는 원재료인 농축수산물 가격 부담이 그만큼 높고, 식당 점주들도 이를 곧바로 판매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9%로 석 달 만에 3%대에서 2%대로 내려왔는데요. 농축수산물은 10.6% 뛰며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아울러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3%로 전체 평균 대비 0.1%포인트 높았는데요. 외식물가가 소비자물가 평균을 넘어서는 상황은 35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식품 업계, 집밥 수요 증가 반사이익
이처럼 외식 물가가 치솟으며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면, 가정간편식(HMR)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고, K-푸드 열풍에 따른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식품 기업들의 호실적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사실상 올해 1분기 주요 식품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증가하지 않은 사례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인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식품 대장주인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5% 증가한 26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올해 1분기 대상은 477억원으로 1년 새 91.5%, 오뚜기는 732억원으로 12% 상승했습니다. 같은 시기 제과 업계에서는 롯데웰푸드 영업익이 373억원으로 전년(186억원) 대비 100.6%, 오리온은 1251억원으로 26.2% 올랐습니다.
특히 라면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의 폭발적인 해외 수출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801억원을 기록, 1년 새 235.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내식 선호 현상이 장기화하고, 이에 따른 가공식품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1분기 실적을 평가하는 동시에 “올해 하반기에는 판매량 회복과 투입 원가 개선 폭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업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제품, 외식 수요를 내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해 판매량 상승세를 유지해 나갈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실적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진했지만 코로나19 엔데믹 효과와 해외 수출로 작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업계 분위기나 회사 내부적으로도 올해 판매량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다만 고물가 지속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만큼 저렴하거나 할인율이 높은 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호실적에도 식품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추가 인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부의 제동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식품 기업들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할 것이고, 기업들은 원가 부담과 시장 점유율 사이에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앞에 김밥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