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송현동 부지…서울시, 이승만 기념관 '눈치게임'

'이건희 기증관'에 추가 시도…'이념전쟁'의 장으로 진통

입력 : 2024-05-20 오후 5:08:4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인 송현동 부지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문제를 놓고 서울시가 눈치게임에 돌입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사회계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자 서울시가 한발 빼는 모양새를 내는 겁니다. 
 
20일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에서 하는 사업"이라며 "재단 측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라든지 협의가 와야 검토를 하든 시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하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에서 구체적 안을 제안하기 전까지는 시청 차원에서 정해진 게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흐름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입니다. 앞서 지난 2월23일 오세훈 시장은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해야 하느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네"라고 답한 뒤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송현동 공원이란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6903.3㎡ 부지 중 일부입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오 시장이 송현동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즉각 논란이 불거졌다. 그즈음 이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보수 우파를 중심으로 관람 열풍이 생기자 서울시가 이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3월14일 "정해진 바 없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오 시장이 시정질의에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겁니다. 
 
4월10일 치러진 총선 이후에도  서울시는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와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김영호·김영배·오기형 의원, 곽상언 당선인(서울 종로)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도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이 기념관을 건립할 돈을 꽤 모았다고 하니 계속 대응하는 중"이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승만 기념관만 아닙니다. 일각에선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이 대중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송현동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12월15일 유정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의회에서 "송현동 부지에 박정희 기념관 아니면 적어도 박정희 대통령을 기릴 수 있는 시설이 들어갈 수 있도록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건희 기증관'조차 못마땅해하는 여론도 변수입니다. 이건희 기증관은 2027년을 즈음해 세워질 계획입니니다. 기증관에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가족이 기증한 미술품이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시민을 위한 송현동에 특정 인물을 위한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그 어떤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는 겁니다. 김재성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이건희 기증관이나 이승만 기념관이나 어떤 기능과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건물을 짓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공감대가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한 건물이 들어서면 다른 건물도 계속 들어서게 마련"이라며 "'왕권'을 상징하는 경복궁과 '신권'을 상징하는 북촌 사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남겨두거나 '송현'이라는 이름처럼 소나무 숲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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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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