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이 승인되면서 알트코인의 지속적인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관련 법 개정과 공론화 등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3일(현지시간) 반에크 등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상장 심사 요청서를 승인했습니다. 이는 올해 1월 비트코인(BTC)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내린 지 약 4개월만으로,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알트코인) 중 최초입니다. 앞으로 19b-4(거래소가 제출하는 규칙변경 신청서)와 S-1(발행사의 증권보고서)에 대한 승인 절차 등이 남아있어, 실제 거래는 8월쯤 시작될 전망입니다.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Reuters, 연합뉴스)
대규모 자금 유입 전망
그간 SEC는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이 증권이라며 거래소들과 지갑 서비스 업체들을 '미등록 증권' 관련 혐의로 고발하는 등 압박하다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는 초당적인 친 가상자산 지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자산 지지자 확보 움직임 등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압박한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19b-4 승인은 SEC 직원들이 내린 결정으로, 다섯 명의 SEC 위원 중 가상자산 반대 입장인 크랜쇼(Crenshaw)나 리자라가(Lizárraga) 위원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면서도 "크랜쇼 위원의 임기는 6월5일까지이고, 현재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겐슬러 의장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더리움 현물 ETF는 머지않아 승인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관계자는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이후, 미국 기관이 이더리움 수급의 새로운 주체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 내 비트코인 ETF 관련 기관 자금유입이 증가했던 것처럼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앞서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4달 간 미국 기관발 자금 유입 증가액은 약 30조원에 달합니다. 전세계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보유량 중 미국 자산운용사의 비중은 약 85%입니다.
다만 이더리움 기관 자금 유입 규모와 수요는 비트코인에 비해 낮을 전망입니다. 이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헤지 수단으로 인식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더리움의 경우 무제한 발행량 구조와 ETF 설계상 스테이킹 금지로 인해 기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다
이어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의 의의는 '규제 환경 변화 가능성'"이라며 "이번 승인은 이더리움이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며, 더 명확한 규제 환경 마련과 가상자산 수용 확대 기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향후 다양한 알트코인의 현물 ETF 출시 시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기대감 선반영에 급상승 가능성 낮아
국내에 미칠 영향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핵심 공약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 상장, 거래 허용'을 내걸었고, 금감원장도 미국 SEC를 방문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논의하는 등 관심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절차상으로 자본시장법상 ETF 기초 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22대 국회 개원,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하반기 내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공론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업계에선 이번 ETF 승인으로 단기간 내 알트코인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14일 405만원대에서 21일 523만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는데요. 20일엔 16.96%가 올라, 420만원대에서 단숨에 490만원대로 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4일 오후 2시 이더리움 가격은 531만원대로, 전날보다 약 0.5% 오르는 데 그쳤는데요. 오후 4시엔 약 15만원이 떨어진 513만원대를 기록했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 승인 때와 마찬가지로 기대감이 며칠 간 선반영 됐다"며 "알트코인 추가 ETF 승인 등에 대한 기대로 점진적인 우상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투자 인프라가 점차 두터워지면서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고, 사람들의 투자 리스크 걱정도 줄어서 신규 유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