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신약, 잇단 권리 반환

'시장환경·경영전략' 변화로 신약 개발 중도 포기

입력 : 2024-05-27 오후 4:17:16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비임상 또는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잇따라 라이선스 아웃됐던 신약 후보 물질이 반환되고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 라이선스 아웃은 거액의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신약 개발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큰 호재로 여기는데요. 하지만 임상 과정에서 해당 신약 후보 물질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반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큐라클은 당뇨병성 황반부종과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개발 중인 CU06에 대해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판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프랑스 안과 전문 기업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으로부터 권리 반환 의향을 통보받은 사실을 공시했습니다. 현재 CU06은 미국 임상 2b상 준비단계인데 돌연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이 권리 반환 의사를 통보한 것입니다. 양사는 앞으로 30일간 CEO 미팅 등을 거쳐 CU06 권리 반환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입니다.
 
CU06 기술이전 권리 반환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이 최종 협상 과정이 남은 만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효 등 데이터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거나 당초에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을 때 기술 이전된 권리가 반환되는데요. 그 외에도 단계별 기술료가 과다하게 들어가거나, 시장환경 변화로 상업성이 떨어져 회사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기도 합니다.
 
CU06의 경우 최근까지 유효성, 안전성 데이터에 큰 문제가 없었고 단계별 기술료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닌 만큼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적 결정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즉 시장에서 안과 질환 신약 상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CU06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지난달 보로노이는 메티스테라퓨틱스에 라이선스 아웃됐던 고형암 치료를 위한 경구용 인산화효소 저해 물질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돼 권리를 반환받았습니다. 보로노이 측은 메티스테라퓨틱스가 후보물질 도출 이전 단계에서 해당 물질을 이전받고 개발을 진행했지만, 경영 환경과 개발전략이 변경돼 독점 실시권을 반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약 개발을 목표로 기술이전 됐던 물질이 중간에 반환되는 것은 악재지만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묵현상 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확률적으로 보더라도 임상 1상을 착수한 물질이 허가까지 받을 확률은 9.6%에 불과하다"며 "반환된 물질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관건인데 그전에 권리가 반환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전 권리가 시장 상황의 변화로 인해 중간에 반환되는 경우 적응증을 변경해 개발할 수도 있다”며 “해당 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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