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가 스트리머와의 광고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게이머들에게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30일 부산지방법원 민사8단독(조현철 부장판사)은 방모씨 등 '리니지2M' 게이머 약 330명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했습니다. 원고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위자료와 아이템 구매액 일부를 합친 3810만원이었습니다.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원고 측 대리인 이철우 변호사는 "아직 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 정확한 사유는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프로모션 계정 운용이 게임 내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규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방씨 등은 엔씨소프트가 잘못된 프로모션 관행과 기망 행위로 재산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2022년 9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방씨 등은 엔씨소프트가 일부 스트리머에게 리니지2M 광고가 포함된 '리니지W' 프로모션비를 주고, 이 돈을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쓰게 하는 식으로 경쟁심·사행심을 자극했음에도 이 사실을 부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니지에 고액을 쓰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도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됐고, 이는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요건이라는 겁니다.
특히 원고 측은 게이머 간 세력 기반으로 분쟁 구도를 만드는 MMORPG 특성상 일어난 손해가 크다고 했습니다.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방송인이 특정 세력에 몰려 있는 반면, 상대 측 게이머는 관련 프로모션이 있는지 모른 채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는 겁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방송인에게 아이템 구매 압력을 넣은 적이 없고, 구체적인 광고는 대행사를 통해 진행돼 회사와 무관하다고 맞섰습니다.
또 스트리머와 리니지2M 프로모션 계약을 단독 체결한 게 아니라, '리니지W' 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그 의무 이행 수단으로 리니지2M 방송을 포함해 인정해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 관련 방송 영상에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내를 노출했고, 방송인에게 프로모션비를 게임에 재투입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엔씨소프트가 스트리머 B씨에게 리니지2M과 리니지W 프로모션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이 2022년 기준 40억원에 육박함에도, B씨 스스로 방송을 통해 "받는 거는 일단 다 쓰고 오버해서(프로모션비를 초과해서) 조금이라도 더 쓴다"고 발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다른 스트리머인 C씨가 리니지W 프로모션에서 제외된 이유가 과금을 적게 한 탓이라고 말한 점 등을 볼 때, 엔씨소프트가 프로모션 비용을 재투입 하지 않은 스트리머와 재계약 하지 않는 식으로 압력을 줬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프로모션은 보통 게임 출시 초반 진행되는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 출시 2년 뒤 프로모션 사실을 숨기고 은밀히 계약을 진행한 점이 문제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철우 변호사는 "스트리머가 한 해 수십억원 씩 쓴 건 맞지만, 엔씨가 강요한 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난다면 기대할 것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원고 측은 판결문을 검토하고 항소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엔씨소프트는 게이머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승소한 것과 별개로 이용자분들과 소송까지 진행된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용자분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게임 서비스 과정 전반에서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