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심 판결이 확정돼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손에 넣게 되면 사회에 환원할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식은 재단 설립이 유력합니다.
3일 노 관장 측 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사석에서 노 관장이 사회 환원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면서 "굉장히 확고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회 환원 방식에 대해서는 "재단 설립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노 관장이 평소 여성과 문화예술 지원에 관심이 많은 만큼 그 방향으로 잡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환원할 규모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앞서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개인의 안위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문화예술과 기술교육 분야를 통해 사회에 환원할 계획"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1조3808억1700만원의 재산을 노 관장에게 분할하고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분할재산 665억원, 위자료 1억원)과 비교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최 회장 측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재벌가 장남과 대통령 딸의 결혼은 결국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최 회장은 현재 동거녀와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 형성을 비롯해 SK 성장 과정에 노 관장 측이 기여했다고 봤습니다. 노 관장 측 주장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종현 선경그룹(현 SK그룹) 선대회장 측에 전달된 비자금 300억여원과 정권 차원의 유·무형적 도움이 SK 성장을 이끌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최 회장의 재산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는 반론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노 관장이 받게 될 분할 재산이 선친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비롯됐으며, 정권 차원의 지원과 비호는 정경유착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의 경우 부정축재처리법에 따라 국고로 환수가 가능하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습니다. 노 관장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까닭입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동거녀와 혼외자의 존재를 세상에 공개했을 때도 이혼에 반대하며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었습니다. 재산 분할로 얻게 될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경우 이번에도 여론전의 승자는 노 관장이 유력합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 회장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소버린 사태' 악몽을 떠올리며 SK 경영권 위협까지 거론하는 상황입니다. 최 회장이 당장 이 같은 천문학적 현금을 마련할 방안이 딱히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계획이지만, 대법원에서도 뒤집지 못하면 확정판결 다음날부터 실제 지급까지 연 5%의 이자도 부담해야 합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에 대한 배당 확대가 점쳐지면서 SK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한 뒤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룹 전체로 비화된 이번 위기는 그 시작이 최 회장의 '개인사'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