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다각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게 정부의 신약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에 따른 신약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제약 바이오 기업은 신약 연구개발 사업 부문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령층에서 유병률 높은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죠.
동아에스티는 알츠하이머치매와 당뇨병 치료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치매 신약 후보 물질 DA-7503은 지난달 임상 1상을 개시했는데요. DA-7503는 타우(Tau) 단백질 응집을 저해하는 표적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뿐 아니라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와 연관된 신경 섬유 다발이 주요 병리학적 특징으로 관찰됩니다. 특히 과인산화되고 응집된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신경퇴행과 타우병증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져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주목할 만한 개선 효과를 보이는 타우 표적 약물은 전무합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DA-7503은 강력하고 선택적인 타우 표적 저분자 화합물로 세포 내에 주로 분포하는 병적인 타우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타우 표적 항체 또는 비선택적인 타우 저해제와 차별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1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DA-5221에 대한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현재 DA5221-B1과 DA5221-B2 병용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DA5221-T를 추가 병용 투여 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GC녹십자는 골관절염 치료제로 천연물신약 신바로를 개발 중인데요. 신바로는 GC녹십자 지난 2011년 개발한 국내 제4호 천연물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죠.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고령화에 따라 24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근본적 치료제는 없습니다. 신바로의 적응증으로는 소염, 진통, 골관절염이 포함돼 있으며, 천연물 기반의 신약인 만큼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점인 위장관 및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죠.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해 골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에 대한 임상 1·2a상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고 현재 임상 1상 중용량군 임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고령층 신약 접근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신약에 대한 고령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의약품 정책 양면성을 지적하며 운영 실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약제비 상승을 억제하면서 제약기업 성장을 지원해야 하고, 동시에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고려한 의약품 관련 규제를 운용해야 하는데 각각의 의제가 서로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며 "약제비 개편과 신약 개발 지원을 동시에 논의해야 하는데, 우선 과감한 등재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 부회장은 "현재는 국가 주도의 가장 강력한 규제인 선별 등재로 운영되고 있지만, 환자 중심의 포괄 등재로 바꿔야 한다"며 "신약의 가치를 평가하는 선별 등재 제도가 약가 책정에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만성 질환으로 인한 투약 치료 기간이 급속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고령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혁신 신약이 개발돼 환자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보건 경제적 효용성이 증대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보건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초고령화 시대에 고령 질환 신약은 노동 생산성을 비롯한 기회비용 손실을 감소시켜 약제비 상승을 줄일 수 있죠.
여 부회장은 "무조건 신약 개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재정 지출을 하면서 보건 정책을 수행해야 하고, 제약 산업 측면에서 신약 개발은 시장 경제 원리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양면적인 요소를 적절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 치료제는 대체약이 많아 원천적이고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혁신 신약이 시장경쟁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만성 고령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신약 개발은 규제당국의 인허가 장벽을 넘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혁신 신약 매출이 증가해 기업의 수익에 기여할 정도가 되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 여력도 확대돼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 원장은 "보험급여 차원에서 신약의 가치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동시에 제네릭 같은 대체제 많은 치료제의 경우 시장 경쟁의 원리에 따라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트랙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길을 걷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