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30대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내집 마련 수요가 높아진 30대들은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사기 불안 등으로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의 정책 금융 상품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50~6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30대들이 대세로 떠오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정책 금융 상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향후 30대가 지속적으로 주택 매매 시장의 큰 손이 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수도권 생애최초 구매 비율 증가세…30대 적극적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 4월 수도권의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은 46.6%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두 달전인 지난 2월의 39.4%보다 약 7% 포인트, 지난해 6월의 37.6%보다도 9%포인트 가량 상승한 수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난달 역시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도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건산연이 6월 초를 기준으로 추산한 지난달 전체 주택 시장거래에서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은 48.2%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을 예상됩니다.
서울의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 역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건산연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자 비율은 지난 3월 37.2%에서 4월에는 35%로 소폭 감소했다가 5월에는 42.3%로 7%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 상승세는 결혼·출산과 임박한 30대들이 주택 매매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최초 대출 등 정책 금융 상품의 역할도 커보입니다.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 1월에서 3월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 완료 집합건물 중 생애 첫 매수자는 9만2100명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2021년 1분기에 기록한 57% 이후 최고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30대들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 비율 증가는 정책금융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타겟팅도 잘 됐고 시장도 충분히 반응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주택 구매력 유지는 '미지수'
치솟는 아파트 전세사격과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빌라 기피 현상으로 인해 아예 아파트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30대들의 현실적인 구매 여력 등을 감안하면 서울보다는 수도권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실제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 수치에서도 수도권의 비율이 서울보다 높았습니다.
경기 광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아파트 매매 문의를 하는 30대가 부쩍 많아졌다. 넓게 보면 결혼이나 출산과 밀접한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가 가장 비중이 높다"며 "5~6억원 대로 매매가 가능한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30대들의 아파트 구매여력이 향후에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인구통계적으로도 30대들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한국 나이 기준)에 접어든 1991년부터 1995년생까지 연간 출생아 수는 1991년생이 70만9000여명, 1992년생이 73만여명, 1993년생 71만5000여명, 1994년생 72만1000여명, 1995년생 71만5000여명 등 70만명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다만 향후 30대에 접어드는 1996년생부터는 60만명대로 떨어져 1999년생의 경우 61만여명까지 급감합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또 현재 30대들의 생애 첫 주택 구입 등에 필요한 정책 금융 상품의 흐름도 변수입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한 해 동안 43조4000억원 가량이 주택 매매자금으로 쓰였는데,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로 넘어오면서 매매자금 예상 한도액이 10조원으로 4분의 1가량 줄었다"며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매매 관련 자금이 9월 한달 동안만 4조원이 훌쩍 넘었기도 했다. 그런데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올해 4월까지 4개월 동안 신청 액수가 4조원 가량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이게 30대들이 계속해서 정책 자금을 바탕으로 주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