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혈세 논란에 첫발도 못 뗄 판…최악 땐 '국정조사'

대왕고래 프로젝트, 계약과정 의혹에 '산업부 패싱'까지
세금도 못낸 회사에 혈세 펑펑…전문가 예산만 22억

입력 : 2024-06-10 오후 5:04:27
[뉴스토마토 윤영혜·윤지혜 기자, 세종=이진하 기자]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프로젝트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국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석유탐사기업인 액트지오사와의 계약 과정부터 체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착수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해진 건데요. 범야권에서는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면서 사업이 첫발도 못 떼고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가계약법' 저촉 논란까지…꼬리 무는 의혹
 
법인 자격을 박탈당한 미국 액트지오를 둘러싼 의혹은 10일에도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일명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했습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석유공사는 액트지오를 ‘지명경쟁입찰 방식’을 거쳐 선정했다고 발표했는데 지명할 당시 액트지오는 4년간 세금을 체납하고 있었고 법인 자격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어떻게 계약 당사자로 선정됐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부는 4년 넘게 약 230만원의 세금을 체납한 액트지오에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분석을 맡겼는데요. 지난해 2월 석유공사와 계약할 당시 법인 영업세를 체납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지명경쟁입찰의 경우에도 이행실적, 기술 능력, 재무 상태, 사회적 신인도 등을 사전에 심사하고 적격자만 입찰에 참가하게 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4년간 세금도 못 낼 만큼 부실하고 법인자격에도 흠결이 있던 액트지오를 누가 어떻게 관여해 선정하게 된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패싱' 논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장관이 대통령에 보고해 국정브리핑이 확정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업부는 브리핑 당일 대통령이 장관에 탐사 시추를 지시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산업부 2차관의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의 경우 오전 9시까지 공개하기로 했던 자료가 부실해 기자단이 브리핑을 보이콧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잘못을 인정하고 액트지오 관련 내용을 전부 밝히는 조건으로 브리핑을 재개했습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개발 성공률 20%를 놓고 "충분히 시추할 만한 수치"라며 "도출된 유망구조의 위치와 형태를 감안해 광구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7월 중에는 첫 시추공을 뚫을 특정 해역을 결정한다는 방침인데요. 재정 부담 완화와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 유치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 논란에 대해서는 "정확히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면서도 "회계사의 착오로 인한 체납인 만큼 요건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액트지오' 분석 의뢰 배경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 국회 예산 협조 '불가'…"윤 대통령도 국조 대상"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수면으로부터 1km 이상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시추공을 꽂을 때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5공의 시추가 필요하고, 시추에 최소 5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첫 시추에 필요한 1000억원을 석유공사 출자와 정부 융자로 마련한다는 계획인데요.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심해전문평가기관 선정을 위한 입찰과 계약을 위해 추정 소요 비용으로 210만달러(약 29억원)를 예상했습니다. 이 중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160만달러(약 22억원)가 책정됐습니다. 
 
민주당은 정부 자료를 우선적으로 검토한 뒤 예산 적절성을 평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지만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협조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액트지오가 석유·가스 매장량 가능성이 20%라고 판단을 내렸는데 과학적 근거는 물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빨리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용에 대해서도 "석유공사 자금은 결국 국가 예산"이라며 "국회는 근거없는 정부 예산에는 동의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착수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는 '국정조사'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부에 대한 국정조사는 물론 브리핑을 한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정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회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윤지혜 기자, 세종=이진하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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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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