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그간 주식 공매도 금지를 놓고 엇박자를 낸 당정이 내년 3월까지 현 체제를 유지키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재개는 빨라야 내년 2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당정은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이 필수인 만큼, 공매도 재개가 당정의 타임스케줄에 맞춰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공매도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최대 '무기징역' 처벌도
13일 민당정협의회에서 공개한 '불법·불공정 문제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이번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의 주요 내용은 △개인 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개선 △무차입 공매도 차단을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처벌 및 제재 강화 등입니다.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사전 차단하는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한국거래소에 중앙점검 시스템(NSDS)을 추가로 구축해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3일 내에 전수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또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법인 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해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증권사 역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모든 기관·법인투자자의 내부통제기준을 확인하고 확인된 기관·법인투자자만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같은 조치는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그간 공매도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기관 공매도 대차 상황기관도 90일로 일원화시키기로 했습니다. 개인 대주의 현금 담보 비율은 대차 수준인 105%로 인하하고, 코스피 200 주식의 경우에는 기관보다 낮은 120%를 적용해 개인 투자자에게 다소 유리한 거래 조건을 마련하는 겁니다.
특히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제재 강화를 통해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현행 불법 공매도 벌금인 부당이득액의 3~5배를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징역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합니다. 또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임원선임 제한 및 계좌 지급정지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9일 21대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여당 위원 자리가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법 개정 불가피한데…'경제 상임위' 개점휴업
이날 공매도 제도 개선 발표는 그간 정부의 엇박자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첫 업무보고 당시 "공매도는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전자 시스템이 확실하게 구축될 때까지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 후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라도 재개하면 좋겠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미비하다면 시장이 예측 가능한 재개 시점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공매도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부 내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당정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에 맞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문제는 입법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후속 자본시장법 개정이 연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는 한편, 하위 법규 개정으로 가능한 사항은 3분기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도 "법 개정 사항에 대해서는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국회와 적극 협의해 입법 논의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3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공매도 내부통제 기준과, 기관의 잔고관리 시스템, 대차 상환 기간 제한, '불법 공매도' 가중처벌과 벌금 강화 등은 모두 법 개정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공매도 재개의 핵심인 '전산시스템 구축'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미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11개를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국회는 반쪽짜리 개원 상태입니다. 또 공매도 제도개선을 담당한 정무위원회 등 나머지 7개 상임위원회는 아직 상임위원장 선출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개 상임위원장마저 민주당이 가져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반쪽짜리 국회 상황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이 독자적인 특위를 구성해 입법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개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공매도 재개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뿐 아니라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 자본시장 정책들이 경제 상임위 파행으로 난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