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당은 내달 25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요.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는 4·10 총선 참패 수습을 비롯해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 등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4일 현재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인사는 없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등이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힙니다. 윤상현·안철수·윤재옥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도 몸풀기에 들어갔습니다. 윤석열정부 집권 중·후반기를 책임질 국민의힘 차기 당권 변수는 △커지는 채상병 외압 의혹 △당원 100% 룰 개정 여부 △친윤(친윤석열) 표심 등이 될 전망입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헌당규개정특위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커지는 채상병 외압 의혹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명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표결에서 부결, 결국 폐기됐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표 단속'이 성공한 셈이지만, 재표결 부결 직후 채상병 사건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용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초 개인 휴대전화로 4차례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 통보를 받은 날입니다.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이 다방면으로 확인되면서 여당 내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때문에 차기 당권 주자들은 채상병 외압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며 타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 직구 금지' 사태와 연금개혁 등에 대해서도 주요 당권 주자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②당원 100% 룰 개정
국민의힘은 이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출 규정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첫 회의를 연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오는 7월 말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이달 중순까지 당헌·당규 개정에 나설 예정입니다.
관건은 현행 '당원투표 100%' 룰의 개정 여부입니다. 당내에서는 총선 참패 계기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민심'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위는 지난 3일 당 의원총회에서 제시된 '당원투표 100%' 룰 유지와 '8(당심)대 2(민심)', '7대 3', '5대 5' 등 4가지 방안을 두고 문자메시지나 ARS 투표 등의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입니다.
이날 공표된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13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46.0%에 달했습니다. 또 '당원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가 25.3%를 차지했는데, 현행대로 진행하는 '당원 100%'는 17.5%에 불과했습니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당내 주류인 영남권과 친윤계에서는 '당원투표 100%' 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의 절충안인 8대 2 또는 7대 3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확대할 경우 당내 지지 기반이 다소 약한 한 전 위원장이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친윤 표심
현재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의 특징은 이른바 찐윤(진짜 친윤석열계) 주자가 없다는 겁니다.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 당시에도 '친윤 핵심' 인사인 이철규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론'에 발목이 잡혀 불출마했는데요. 친윤계에서는 현재도 마땅한 당권주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당내 표심의 기반인 '친윤 표심'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 여부에 따라 판세가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당정 관계입니다. 지난해 당대표 선거 당시 친윤계는 김기현 지도부를 앞세워 당을 장악했고, '친윤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수직적 당정 관계'를 고착화시켰는데요.
'수직적 당정 관계'가 윤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켰고,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때문에 수평적 당정 관계를 통한 '용산 거수기' 탈피가 여당 차기 당권의 중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