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망' 1주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목표로 발족된 공수처가 제 역할을 잊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1년 가까이 진척없는 수사
고 채수근 상병(사망 전 일병, 이후 일계급 추서)의 어머니는 지난 12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저희 아들은 너무 억울하게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별이 되었는데 진실이 2024년도 초에는 밝혀질 거라 생각했다"면서 "아직도 진전이 없고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채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북경찰청과 공수처가 각각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경북경찰청은 채상병 순직 과정에서 지휘계통의 책임여부를, 공수처는 채상병 수사 과정의 외압 의혹은 살펴보고 있습니다.
경북경찰청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수사 중입니다.
공수처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로 대표되는 윤석열 대통령 등 대통령실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입니다.
VIP 격노설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제기한 것입니다. 채상병 사망 이후 해병대 차원에서 끝난 조사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뒤 국방부에서 다시 조사보고서를 되돌려 받게 한 외압에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실 이 연루됐다는 게 수사의 핵심입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고 채 해병 사망 사건 대통령실 수사개입 의혹 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2번째) 등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민원실 앞에서 채모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 및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소환조사 '감감무소식'
공수처는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외압이 있었다고 지목되는 시기에 국방부 관계자들과 소통한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한 달만에 수사 종결'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채상병 순직 1주기) 7월19일 이전에 수사를 끝마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나"고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이어 "수사팀 일정에 따라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수처 수사는 현재 국방부와 해병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5월에야 수사에 속도를 낸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정도만 소환조사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실체규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실에 대한 조사는 언제 이뤄질 지 가늠조차 하기 힘듭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4일 채상병 수사에 대해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파헤칠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열심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1년이 임박한 시점에도 여전히 과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읺는데 대해선 '직무유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공수처 수사가 더디게 진행될 경우 특검에 명분만 주게 됩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 지난 5월30일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습니다.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기존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이 부결처리되면서 폐기되자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곧바로 법률안을 보완해 재발의한겁니다.
수사 대상도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넓혔고, 특검수사 방해행위도 포함했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가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기는 했으나 들여다보면 여전히 초기 단계"라며 "수사가 정치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따라 공수처가 제대로 제 몫을 해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