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24년 만의 방북을 마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웅을 받으며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북·러, 사실상 '동맹 수준' 격상
러시아 타스 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며 배웅했습니다. 수천 명이 평양 시내 중심가에선 공항으로 향하는 푸틴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향해 꽃과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또 공항에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로 향하는 레드카펫을 따라 수백 명이 줄 서 있었습니다. 배웅 나온 이들은 이륙한 전용기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떠난 정확한 시각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전날 오전 3시쯤 평양 공항에서 김 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뒤 약 21시간 뒤 배웅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자정쯤 북한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김정일 체제였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었습니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만난 지 9개월 만에 재회였습니다. 21시간의 방북 일정 중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총 10시간 이상 대화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앞서 두 정상은 전날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통해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두 나라 중 한 곳이 전쟁 상황에 처하면 다른 나라가 자동 군사 개입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북·러가 유사시 군사 협력 수위를 높여 동맹 수준에 근접하게 관계를 격상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위원장도 이 조약 체결을 두고 "두 나라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며 북·러 관계를 '동맹'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미, 북·러 초밀착에 재차 '경고'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과 획기적 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으며, 새 협정 내에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북·러는 경제 분야 협력도 강화했습니다. 양국은 국경 두만강에 자동차 다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노동자 파견을 비롯해 관광·무역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보건, 의학, 교육, 과학, 관광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과 관련해 크게 우려를 표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두 나라 간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할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우리는 한동안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협력 심화에 대해 경고해왔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