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술패권 시대)②R&D 중장기 청사진 '선택과 집중'

혁신형 제약기업, 단순 경제성보다 'R&D 파급효과' 평가해야
국내 기업 혁신 신약 신속심사 대상 확대…규제 역량 강화 '우선'

입력 : 2024-06-21 오후 4:18:49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 지원을 매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를 반영한 중장기적인 제약 바이오 산업화 육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단순 경제성보다 연구의 파급 효과를 중점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제도를 보완하고, 도전적인 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혁신형 신약 개발 기업의 해외 시장진출 활성화와 함께 국가의 통상이 뒷받침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R&D는 선택과 집중을 하되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며 "mRNA 같은 혁신 기술이 나올 수 있게 여지를 두는 게 중요하고, 공급망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원료의약품이나 완제의약품을 중국과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데 외부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외교와 통상이 같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되며 미국, 유럽 진출도 중요하지만, 동남아 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와 산업에 이익이 되는 중장기적인 R&D 전략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규제당국이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에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도 포함해 R&D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은 '식의약 규제개혁 100대 과제' 일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2년 9월부터 운영 중인 제도인데요. GIFT 대상 품목은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 목적의 의약품과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감염병의 대유행 등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감염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 등입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가 지정 공고한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이나 기존 치료제가 없거나 기존 치료법보다 유효성 등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경우가 해당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혜택이 외국 제약사 품목에 치중돼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중 국내 개발 신약 지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지원체계를 개편하고 있죠.
 
현행 희귀의약품, 감염병, 복지부 장관의 지정 요청이 있는 혁신 신약에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첨단바이오의약품도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 외에도 첨단바이오 의약품도 추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혁신형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물질이 주요 임상시험이 종결된 후 신청이 가능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3상 등 핵심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Topline)가 성공적으로 나온 때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지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약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중증, 희귀 난치병 환자의 치료제 조기 접근 가능성을 열어주고 혁신형 신약 개발 기업의 R&D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신약 효과 입증 부족, 근거 불확실성으로 환자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나아가 제약 바이오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 혁신 신약 R&D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전제는 '안전성·효과성·품질 보장'
 
박미선 한국규제과학센터 기획이사는 "식의약 제품의 허가 심사를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성, 품질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하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려면 규제당국의 역량뿐만 아니라 학계 및 산업계의 역량도 함께 강화시켜 국내 규제과학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첨단바이오 등 핵심 원천기술 확보, 희귀 질환과 같은 의학적 난제 해결을 위한 치료제 개발이 제약 바이오 기술 패권 시대에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죠.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각종 희귀 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GC녹십자는 국내 주요 제약사 중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두각을 보이고 있는데요. GC녹십자는 노벨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MPS IIIA) GC1130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으며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약품과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 LA-GLA는 지난달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에 이어 글로벌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죠.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ADC 항암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MSD에 기술 이전했고, 현재는 MSD 주도로 글로벌 2b상이 진행 중이죠. 동아에스티도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DA-1241의 임상 2상은 단독요법과 시타글립틴 병용요법으로 효과성·안전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올해 하반기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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