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전세사기 여파와 역전세난을 겪고 있는 빌라시장의 숨통을 해소하기 위한 감정평가 보증보험 대책에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정평가사와 공모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린 후 임대보증금을 과다 보증하는 부작용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하는 식의 감정평가로만 일괄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부동산 시세 실질심사 도입, 임대인 신용평가 공개 법안, 부채비율·근저당 상세 내용 교차확인 시스템 등 실효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인 '공시가격 126% 기준'을 더 올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기됐습니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감정평가로 인한 보증사고액은 6427억원으로 3099건입니다. 이 추세라면 전년도 사고액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감정평가로 인한 보증사고액은 6427억원으로 3099건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감정평가로 인한 보증사고는 1조1192억원 규모로 4883건에 달합니다. 지난 2019년 23억원 수준이던 감정평가 보증보험 사고액은 2020년 52억원에서 전세사기 발생 시점인 2021년 621억원으로 전년보다 13배 이상 급증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22년 2235억원, 지난해에는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세사기를 기점으로 200배 증가한 셈입니다.
HUG는 신축 빌라와 같이 공시가격이 없는 건축물에 민간기관의 감정평가사 평가액을 기준으로 보증보험액을 산정합니다. 그러나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경우 보증금액이 상향되고 은행이 임차인에게 실제 물권의 가치보다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해에도 감정평가사와 공모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린 후 임대보증금을 과다 보증하는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전세금 최대한도를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대폭 낮추는 등 좁아진 보증 가입 문턱 탓에 아파트로 쏠린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해당 문제들이 불거지자 정부는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금 최대한도 기준을 유지하되, 집주인이 공시가에 이의를 제기하면 HUG 의뢰 감정평가를 통해 집값을 재산정하기로 했습니다.
즉, 오는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시 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를 적용, 집값을 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다 감정평가를 6.13 임대보증체계 안정화 대책으로 내놓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황 의원의 지적입니다.
황 의원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최소 평균 시세의 110% 정도로 형성되는 감정평가액의 특징을 고려하면, 깡통전세 증가로 인한 전세사기가 다시 만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민간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 말고 부동산 시세 실질심사 도입, 임대인 신용평가 공개법안, 부채비율 및 근저당 상세내용 교차확인 시스템 등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HUG 선정 감정평가사들이 대형 법인으로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지정한 일명 '126% 룰'에 대해서도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반환보증 가입 범위가 축소되고 반환보증이 거절된 전세주택이 증가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전세금반환보증제도 개편 효과 연구보고서를 보면 '126% 룰' 이후 발생한 해당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입법조사처 측은 "비아파트 주택의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증가와 월세 상승 현상이 발생해 저소득 임차인의 주거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요건은 '공시가격의 126%에서 135%로 조정'함으로써 임차인에게 '반환보증 거절'이라는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5월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빌라촌이 전경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