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가상자산법)①'보험 가입은 체력 순'…실효성 잡음

중소 거래소, 보험 가입 '부담'
한 번 해킹 당하면 수천억
원·재보험 요율 책정 고심
업계 "준비금 적립이 현실적"
학계 "보험 못 들면 무자격"

입력 : 2024-07-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7월19일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합니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의 보험 가입 의무 조항은 중소 업체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재보험은 올해 2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상자산법에 따라 해킹·전산장애 등에 대비해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요율 산출 어려워
 
보험회사는 코리안리 같은 재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분담하는데요. 재보험이란 일명 '보험사를 위한 보험'으로, 보험회사의 보상책임을 분담해 주는 보험을 말합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원보험사가 상품을 만든 뒤 재보험에 요율 산출을 요청하는데요. 요율이 산출되면 원보험사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재보험사에 위험을 전가하는 계약을 맺을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재보험사는 신상품 개발 경험이 많아 관련 데이터와 유사 상품 개발 경험을 제공해 신상품 개발에 따른 경영 위험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가상자산법 보험의 경우, 원보험사와 재보험사 모두 기존에 없던 위험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가상자산 보험의 경우 재보험 없이는 출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법 시행에 맞춰 상품을 출시할 보험사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코리안리와 함께 상품 개발에 나선 손보사는 5~6곳으로 파악됩니다. 금융 당국은 패스트트랙으로 심사를 서둘러, 제도 시행 전까지 상품을 내게 할 방침입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7월19일 전까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저희와 원보험사들이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관건은 보험 요율입니다. 올해 1월 1000억원대 오르빗 체인 해킹 사건 등에서 보듯 가상자산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쌀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위험이 높을수록 요율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사업성을 따져서 최종적으로 요율을 산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에선 상위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의 보험 가입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대 거래소 중 시장 지배 사업자인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는 비싼 보험료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준비금 적립이 현실적일 텐데, 법 제정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 요율이 높게 나올 경우, 상위 거래소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원화 거래소가 보험료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사 기준으로 만든 상품에 똑같이 가입하는 게 아니라, 회사 별 특화 상품이 만들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더리움 코인. (사진=Reuters, 연합뉴스)
 
보험 들 능력 있어야 정상
 
반면 학계에선 보험 가입 가능 여부가 거래소의 위험 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위험성 높은 자산을 다루는 사업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험을 들 능력이 있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가상자산법상의 보험은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에 대한 보험이 아닌, 회사의 존폐에 대한 보험"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교수는 "보험 요율이 가상자산의 변동성의 영향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니겠지만, 그걸 기준으로만 요율이 적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해당 조항은 보험 가입조차 못 하는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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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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