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가상자산법)②2차 법안 쟁점은 '업권 분리'

업계 "시장 키워온 역할 인정을"
시민단체 "영업 범위 중개에 한해야"
학계는 "업권분리 필수" VS. "신중론"
2차 법안 마련, 올해 어려울 듯

입력 : 2024-07-01 오전 6:00:0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이은 2차 법안 과제로 코인 거래소의 업권 분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선 시기상조라고 주장하지만, 이해상충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 "점진 분리 고려"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재 상장·매매·결제·보관 업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둔 1차 법안에 이어, 2차 법안에서 업권 분리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한국거래소는 증권 상장·매매,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의 집중 예탁·결제, 증권금융회사는 투자자 거래 중개·매매 등으로 역할이 나뉩니다. 이와 비교할 때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트코인. (이미지=연합뉴스)
  
업계 "업권 개별 허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당시 포함된 국회 부대의견에 대한 이행 보고서를 냈습니다. 당국은 해당 보고서에서 거래소의 가상자산 유통 관련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해 가상자산업의 기능별 구분과 진입·영업행위 규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해상충 정도가 크고 구조적 분리가 용이한 업부터 점진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거래소의 업권 세분화와 겸업 제한에 대해 '중장기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업계에선 2차 법안을 통한 업권 분리의 초석으로 해석합니다. 만약 업권이 분리돼 거래 기능만 남게 될 경우, 5대 원화거래소 간 차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장을 만들어 온 거래소들이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했는데,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발전 시켜온 기능들을 한 순간에 앗아가는 건 옳지 않다"며 "업권을 무조건 나눌 게 아니라, 거래소가 각 업권에 대한 사업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당 업권을 개별 허가하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업계 일각에선 거래소 기능만 남겨두게 되면 거래소 규모별로 손해 여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위 거래소의 경우 코인 거래 외에 입출금 수수료 수익도 무시 못할 것"이라면서도 "중소형 거래소는 거래 기능만 남긴다고 해서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봤습니다.
 
이더리움. (이미지=Reuters,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준해야" VS. 업계 특성 반영 필요
 
반면 시민단체에선 업권 분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 중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에 나아가 가상자산 상장, 가상자산의 예탁·매매·결제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며 "거래소 영업의 범위를 중개에 한하도록 제한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기능을 구조적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현재는 시장 과도기적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거래소들의 선의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 FTX 파산 등으로 2단계 법안이 추진되는 등 급하게 입법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서도 2차 법을 통한 업권 분리는 필수라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인 거래소의 겸업은 증권시장에선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2차 법안은 유럽연합(EU)의 미카(MiCA)처럼 자본시장법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는 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업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김지효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시장의 안정성, 투자자 보호, 산업발전 사이의 균형감 있는 정무 판단이 중요하다"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에 급진적인 추가 규제보다는 시장의 안정화 기간 확보, 규제의 단계적 접근, 글로벌 규제 동향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 2차 법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입니다. 우선 관련 입법을 이끌어온 윤창현 전 의원이 낙선한 이후, 그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한 최근 원 구성을 마친 국회가 가을 국감 준비와 연말 지역구 관리 등으로 해당 법안 준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한 점도 관련 법안 논의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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