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의·정 갈등…승자는 없다

세브란스·아산·고대병원까지 휴진 확산
환자단체, 필수의료 집단휴진 금지 입법 추진

입력 : 2024-07-01 오후 4:57:4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의료계가 반기를 들면서 시작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증·지방환자가 줄을 설 정도로 대형병원 쏠림이 심한 편인데요. '빅 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휴진’ 결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치 상황 속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입니다.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분노한 환자단체들은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상반기 넘긴' 의·정 갈등…빅5, 집단 휴진 '가속'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 휴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 의료사태로 인한 의료인들의 누적된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는 12일을 기점으로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적 휴진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병원 측에 따르면 휴진 후 외래진료 건수는 전년 같은 시기 대비 5~10% 정도 감소한 수준입니다. 오는 4일에는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의 일주일 휴진이 예정돼 있습니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지난달 20일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한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시켰지만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요. 장기간 이탈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아 완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올특위는 오는 26일 전 직역이 참여하는 '올바른 의료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공식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이 의료계는 다시 강경 투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입니다. 급기야 의대 교수 단체와 사직 전공의 171명 등은 최근 "의대 2000명 증원을 직접 결정했다"고 밝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듣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사진=연합뉴스)
 
"의료공백 못 참겠다 환자들 거리로 
 
정부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의료계가 강경하게 밀고 나오자 각 환자단체도 의료공백에 반발하는 본격 행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오는 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개최합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와 의료계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는데요. 안기종 환단연 회장은 "환자들이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진 의료 공백으로 피해와 불안 속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위 청문회는 이에 대한 해결이 아닌 의대 증원 2000명이 적절했는지, 어떻게 전공의를 복귀시킬지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허탈감을 많이 느꼈다"며 "환자들이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핵심은 '의료정상화와 집단휴진 재발방지법 제정'인데요. 재발방지법은 지난 2020년 전공의 집단 휴진 당시에도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습니다. 환자단체는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인데요. 집회를 마친 뒤 국회를 방문해 신속한 입법을 촉구한다는 계획입니다. 
 
안 회장은 "의사들도 집단행동할 권리는 있으나 환자의 불편을 넘어 실제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만큼은 유지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복지부가 이날(전날 18시 기준) 발표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1건이었습니다. 2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총 상담수는 3726건이며 수술·입원 지연, 진료 차질·거절 등으로 접수된 피해신고서는 총 823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의과대학 증원과 전공의 사직 처리 등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고대병원 교수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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