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없었다"…'방탄 올인'에 특검 명분만 커졌다

김건희 명품가방 의혹도 "비열한 공작" 일축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조작설' 발언도 부인

입력 : 2024-07-01 오후 6:08:27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 기자] 대통령실은 1일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VIP(대통령) 격노설'을 부인하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02-800-7070' 유선 전화 사용처에 대해서도 '국가기밀 사항'이라며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철통 방어선을 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행태에 오히려 특검 명분만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들은 적이 없고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역시 "제가 부임한 지 두 달가량 됐다. 대통령의 격노설이나 진노설은 들은 바가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02-800-7070' 놓고 정면충돌…대통령실 '철통방어'
 
야당은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에서 당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유선번호 사용자가 누구냐며 정보 공개를 압박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번호로 전화가 간 뒤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외부 확인이 불가한 기밀 사안"이라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어 "이 회의를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아마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문제의 통화 이후 대통령실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배치한 것이 확인되면 증거 인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인원·사무실이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 하고 그때마다 전화기를 설치하고 철거한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정 비서실장은 특검법에 대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임이자(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운영위원장에게 의사 진행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품가방 대통령실에 보관"…"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없었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 문제에 대해서도 '방탄'으로 일관했습니다. 정 비서실장은 "최아무개 목사라는 분이 영부인의 돌아가신 아버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얘기하며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면서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하고 이를 촬영한 것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주거침입 혐의로 조사한 바 있는데요. 관련해 '경호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은 "경호구역으로 들어온 곳에서 첫 번째 판단하는 게 위험성 여부"라며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명품가방을 전달 받은 코바나컨텐츠가 경호 대상 시설은 아니지만 김 여사가 있는 곳은 경호 대상 구역이라는 겁니다.
 
정 비서실장은 또 명품가방의 현재 소재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보관 장소는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명품가방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기록물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며 "금년 말까지 판단을 해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 실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을 전부 다 수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한동인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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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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