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이 7·23(잠정)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룰의 윤곽을 잡으면서 당권주자들의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대세론이 차기 당권의 핵심 변수로 격상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한 전 위원장이 당선될 경우 첫 시험대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을 둘러싼 수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돌고 돌아 '단일지도체제'…견제 사라진 '한동훈'
국민의힘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는 12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당대표 선출에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는 한편,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여상규 당헌·당규특위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단일 지도체제, 복수 지도체제, 집단 지도체제 등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새 지도부에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심도있는 논의해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차기 지도부로 결정을 미룬 겁니다.
단일 지도체제가 유지됨에 따라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합니다. 또 당대표가 대선 출마할 경우 1년 6개월 전 당직을 사퇴해야 하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유지됩니다.
이번 전당대회 룰의 핵심인 선출 방식은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여론조사 비율을 반영한다는 데는 뜻을 모았습니다.
여 위원장은 "위원장 포함 위원 7명 중 3명이 30% 반영안에 찬성했고, 나머지 4명 중 3명이 20% 반영안에 찬성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 '8대 2안', '7대 3안' 두 가지를 각각 반영한 당헌·당규 개정 초안을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심 반영 비율 20%와 30%, 두 가지 안은 비대위가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매직넘버 '8' 무너지면…리더십 '치명타'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적용 룰이 윤곽을 잡으면서 당권주자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예상되는데요.
여당 내에서 '어대한' 기류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잠재적 당권 주자로 거론됩니다.
유력 당권 주장인 한 전 위원장은 부쩍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늘리고 있어, 사실상 등판 시기를 조율만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범들이 관련 재판들에서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있으니, 자기도 무죄를 못 받을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억지로 출마해 대통령이 돼도 헌법 제84조 해석상 그 재판들은 진행되니 거기서 집행유예 이상만 확정되면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겁니다.
하지만 '어대한' 기류대로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된다 해도 여소야대 국면의 22대 국회를 풀어가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당론 1호 법안인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19일 발생한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통신 기록이 대개 1년이 지나 말소되는 만큼 1주기인 다음 달 19일 이전에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채상병 특검법이 다음 달 중순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최대 15일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7월 23~24일 사이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채상병 특검 재표결을 마주하는 셈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폐기 될 당시 17표의 이탈표가 필요했는데, 22대 국회에서는 '8표'의 이탈만 발생해도 채상병 특검법이 시행됩니다.
즉 21대 국회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의 표 단속에 성공했는데, 한 전 위원장 체제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취임과 동시에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