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 위 거부권…또 '셀프 면죄부' 수순

'채상병 특검법' 22대 국회 첫 법안…21대 국회서만 '14 차례' 거부권

입력 : 2024-07-04 오후 5:58:0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첫 출발부터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막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만 14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첫 통과 법안인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하지만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실상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회수.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총합이 16차례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3년 차에 15번째 거부권을 손에 쥐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 대통령 '거부권'=역대 대통령 '합산'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본회의 첫 번째 통과 법안은 '채상병 특검법'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고, 현재 의석수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막아내지 못함에 따라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이 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에 따르면 1988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은 총 16차례 행사됐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회인데요.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습니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2배이자, 역대 대통령이 행사한 16차례에 근접했습니다.
 
8표 이탈시 '무력화'…'제3자 특검법' 변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의 거부권 행사는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가능합니다. 오는 19일이 채상병 사망 1주기인 만큼 이 기간동안 야권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정부·여당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인데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표결에 부쳐집니다. 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요. 
 
현재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등 192명의 야당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108석의 국민의힘은 '이탈표' 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만약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됩니다.
 
그런데 이미 여당에서 안철수·조경태·김재섭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의 찬성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여당 내 우려 확산은 변수입니다. 또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3자 특검법'을 제안한 만큼 이탈표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까지 총 14차례 행사한 거부권 법안.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통령 지키기 위한 '충성 맹세"
 
윤 대통령은 그간 총 14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지난해 4월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뒤로 5월 16일 간호법 개정안, 12월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총 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일 쌍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 1월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21대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5월 21일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뒤로 5월 29일에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자원법 등에 대한 무더기 거부권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도 거부권이 예상되면서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이 따라옵니다. 채상병 순직사건 은폐를 위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정점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채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충성맹세의 향연이 안쓰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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