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오리온, 바이오사업 광폭 행보

유통기업 바이오 시장 출사표…기술이전, CDMO 진출 노려

입력 : 2024-07-08 오후 3:49:28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바이오 사업확장에 나선 유통 대기업 롯데와 CJ, 오리온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 조달에 어려움으로 연구개발(R&D)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바이오벤처 지분을 인수한 유통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송도 캠퍼스 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바이오 사업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면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알렸는데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20만2285.2㎡(6만1191평)의 송도 캠퍼스 부지에 총 36만L 생산 규모를 가진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3기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현재 ADC 생산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으로 향후 송도 바이오 캠퍼스가 조성되면 대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송도와 ADC 설비를 갖춘 시러큐스의 지리적 이점·시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시험 무대로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비등한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 
 
유통기업 바이오 사업 진출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유통기업 자본투입, 바이오 시장 활기 기대
 
CJ제일제당의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는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해 향후 3년 내 기술 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이지엠(Ez-Mx) 플랫폼을 고도화해 신약 후보 물질 개발과 생체 지표 발굴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현재 CJ바이오사이언스는 폐암, 두경부암을 적응증으로 한 면역항암제 CJRB-101과 키트루다 병용요법 국내 1·2상을 진행 중입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CJRB-101로 폐암 시장을 공략하고, 퇴행성 뇌질환(CJRB-302), 염증성 질환(CJRB-201)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오리온은 2022년 12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올해 초에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73%를 인수해 최대 주주 등극한 후 지난 3월 계열사로 편입했습니다.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는 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으로부터 투자금으로 확보한 7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밑천 삼아 공격적으로 ADC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리가켐바이오 파이프라인 성과가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존슨앤존슨(J&J)에 기술 이전한 LCB84은 올해 임상 1상을 종료하고 내년에 임상 2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고, 신규 파이프라인인 LCB41은 올해 안에 LCB97, LCB02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바이오벤처와 M&A를 한 유통 대기업들이 빠르게 매출 기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래 성장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식하고 있고, 자금력이 좋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바이오벤처 M&A에 나서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이라며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 M&A를 통해 R&D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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