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로 변질된 '밸류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일본 밸류업 본질, 10년 간 지배구조개선
한국판 밸류업은 각종 감세 정책만
"상장사 지배구조 규율 강화 '진정한 밸류업'"
행동주의펀드·국민연금 수단 '중요'

입력 : 2024-07-09 오후 4:49:0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역동경제 로드맵'의 핵심인 우리나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Value-up) 정책이 시작부터 꼬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하지 않고 밸류업에 대한 모멘텀으로 자본시장 관련 각종 감세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본의 밸류업에는 감세 정책이 없다며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 각종 감세 정책이 아닌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규율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을 통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을 통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밝혔다. (출처=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일본 밸류업 본질…기업지배구조개선
 
지난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편집인 포럼'에서 일본의 밸류업을 예로든 바 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에는 전방위 감세 등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 밸류업 정책의 본질을 2012년부터 시작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목했습니다. 일본은 2014년 이후 202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사법을 개정했을 뿐만 아니라 스튜어드십코드, 기업지배구조 코드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각종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했던 것과 비교된다는 점을 꼽은 겁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하지 않고 한국판 밸류업 모멘텀을 위해 자본시장 관련 각종 감세 정책을 한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입니다.
 
더욱이 "일본의 밸류업에 감세 정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 꼴"이라며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 상장회사 대부분인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자본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후진적 지배구조…자본시장 활성화 걸림돌
 
이 교수는 "실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보다 낮다"며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과다 보수를 통한 사익 추구, 무분별한 확장과 계열사 이중상장을 통한 사익 추구가 주요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후자의 경우 자본시장에 시스템 리스크까지 더하고 있다"며 "과다 보수를 문제 해결을 위한 세이온페이(Say on pay), 이사회 산하 보수위원회 활성화, 무분별한 확장 문제 해결을 위한 의무공개매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상충 사안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범위 확충·결의시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 자사주마법금지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중요성도 제시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1~2년 동안 일본 주가 상승에는 일본 국민연금(GPIF)과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이 상당했다"며 "GPIF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국민연금 역시 행동주의 펀드를 주요 조력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적극적 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수익률 개선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을 타깃으로 한다는 시선과 관련해서는 "행동주의 펀드를 기업사냥꾼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시각이고 한국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구조 관련 법 개선에 관심이 많다. 행동주의 펀드는 규율이 확립된 자본시장을 선호하지 시장자율을 맹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의 민간 조력자로서 행동주의 펀드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초과수익률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기금 소진 이슈와 관련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을 통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밝혔다. (출처=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지배구조개선, 기금운용수익도 높여
 
이 교수는 "GPIF가 주주로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것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의 주주로서의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독려하고 있다"며 "한국 국민연금의 보수적 태도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의 상장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은 기금 소진 연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며 "기금운용수익률은 관심 밖이다.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보험료+기금운용수익, 나가는 돈은 급여인데 기금운용수익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위해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업이 필요하고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의 국민연금 수익률 추세만 보면 해외 주식의 기여도가 상당한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국내 주식수익률 향상은 국민노후 자산형성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낮은 PBR은 기업이 버는 돈을 잘 못쓰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모두를 위한 필수 사회서비스 확대, 공공성 강화 연속토론회'를 통해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재벌 대기업과 자산가를 위한 감세로 지난해 56조4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세수결손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율 인하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며 상속세 폐지가 마치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인 것인 양 호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을 통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밝혔다. 사진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좌)·이복현 금감원장(우). (출처=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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