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발표 후 파장이 이어집니다. 원전 중심에 신재생에너지, 화력발전원 등 비원전 업계의 불만이 작지 않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부족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도 커졌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야권은 신재생에너지 부족으로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를 들어 정부여당을 질타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기본의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는 의무화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거대 야당이라 국회 통과가 가능해 보이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습니다. 기업 대관업무 임원은 "야당에서도 삼권분립이 침해되는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는 원전 중심의 무탄소 발전원(CF100)으로 RE100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산업공동화 우려가 번집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철수한 현대차가 인도에서 상장 추진하는 등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투자유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인도에 밀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원전 비중을 늘린 전기본 초안을 마련해 비원전 업계의 불만이 커졌다. 사진은 원자력발전. 사진=뉴시스
석탄발전업계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계단이 없고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좁아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원 파이를 두고 전환 수요가 있는 업계간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석탄발전원은 한국전력 자회사 등 공기업 비중이 크고 민간 설비 역시 공동투자 형태가 눈에 띕니다. 따라서 석탄발전원의 급격한 사양화는 공적자금에도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입니다.
11차 전기본 초안에서 정부는 화력발전을 억제하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10차에서 확정된 노후석탄의 LNG전환은 유지하면서 2037~2038년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12기는 양수·수소발전 등 무탄소전원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불가피하게 LNG 등으로 전환하더라도 열공급 등 공익적 사유가 명확한 경우에, 수소혼소 전환 조건부 LNG로 제한합니다. 화력발전의 총용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정책입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신규 석탄발전도 원전에 우선한 전력망으로 송전하지 못해 가동했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수명완료 전까지 적자를 보면서 가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정부는 석탄발전에 탄소포집장치(CCS)를 부착하라는 입장이지만 국내 CCS 도입 환경이 열악해 현실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CCS는 우선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업계의 주된 반응입니다. 게다가 포집한 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식인데 국내서 그럴 부지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냐고 토로합니다. 탄소를 재활용하는 CCUS는 아직 상용화된 기술조차 없어 경제성을 따질 단계도 아닙니다.
한편, 11차 전기본 초안에서 신규 원전 3기, 소형모듈 1기가 추가됐습니다. 이를 두고 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산업공동화 우려와 더불어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했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원전은 짝수로 지어야 비용효율을 확보해 경제성이 생기는데 홀수로 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