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포스코그룹 수소밸류체인 핵심회사인 한국퓨얼셀이 3분기 적자전환했습니다. 그룹 수소 신사업에서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담당해온 주력사지만 3년째 연구개발 투자 내역이 없어 기존 계약 건만 소진하면 청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게다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말 유상감자로 한국퓨얼셀에서 자본금을 회수, 사업확장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차전지 업황도 부진한 가운데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정리 수순이라 확장일로였던 그룹전략이 장인화 회장 대에서 건전화 단계로 접어든 모습입니다.
매각대금효과 빼자 다시 적자
20일 각사에 따르면 한국퓨얼셀은 지난 3분기 당기순손실 73억원으로 전년동기 99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습니다. 올들어 1분기까지도 6억원 흑자를 유지하다가 2분기 11억원 손실로 손익분기점을 하회했으며 3분기 적자폭을 키웠습니다. 이 회사는 2019년 포스코에너지에서 물적분할된 해부터 당기순손실(24억원)을 본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후 2021년까지 매해 적자가 누적됐습니다. 그러다 2022년과 2023년엔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부동산 등 매각대금 203억원을 나눠서 계상해 흑자를 봤는데 그게 소진되자 다시 적자전환한 흐름입니다.
포스코홀딩스의 그룹사 전략에 따라 한국퓨얼셀 부지와 건물 일부를 이차전지 음극소재 생산기지로 활용하도록, 회사 이사회는 2022년 10월4일 자산 매각 결정했습니다. 당시 이미 연료전지 생산이 중단됐고 수주활동도 멈춘 것으로 파악됩니다. 매각은 2023년 2월에 완료됐습니다. 한국퓨얼셀은 2022년에 매각 관련 183억여원 선수금을 받았고 2023년에 남은 대금을 정산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수소연료전지 납품 목적의 선수금은 2019년 이후 거의 전무했습니다. 2022년 매각 관련 선수금 183억원을 제외하면 2023년 8억원만 눈에 띕니다. 또한 기존 납품했던 연료전지 유지보수용역 관련한 선수수익이 매년 13억 정도 고정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1년 이상 장기용역계약에 따른 장기선수수익이 2020년 43억원부터 매해 줄어 2023년에는 2억원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기존 계약 건이 거의 소진됐다는 의미입니다.
제조사는 매년 재투자 비용이 들지만 한국퓨얼셀의 재투자비는 지난해 1100만원에 불과하며 전년 6900만원에 비해서도 줄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 등 무형자산에 쓴 돈이 2020년 1억9000만원 이후 3년째 전무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납품을 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며 거래처의 오랜 검증기간을 거친다”면서 “수년간 연구개발 투자가 없다면 사업 영속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수소혼소발전 등 수소체인을 구축하며 수소연료전지를 납품하는 한국퓨얼셀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원전부활로 정책을 바꾸면서 반전된 듯 보입니다. 한국퓨얼셀은 한수원과 합작투자한 경기그린에너지(한수원 62% 종속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 19% 관계기업)와 노을그린에너지 등의 수소발전소에 연료전지를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경기그린에너지의 경우 2023년 매출이 806억원으로 전년 1125억원에서 줄었습니다. 영업적자도 전년 142억원에서 204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전방수요가 부진합니다.
확장 피로 누적 포스코, 효율화 작업
이로써 연료전지시장은 두산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 양강 구도로 재편됐습니다. 그 중 발전용연료전지는 1세대부터 3세대(PAFC, MCFC, SOFC 순)까지 있으며 두산퓨얼셀이 1세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K의 경우 미국 블룸에너지 합작법인을 통해 3세대 SOFC 기술을 라이선싱하고 있습니다. 한국퓨얼셀은 미국 퓨얼셀에너지로부터 라이선싱해 2세대 MCFC 연 100MW 일관생산체계를 구축했었습니다. 이런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특허비용이 적자를 부추깁니다. 한국은 글로벌 보급량의 약 40%를 점유하며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두산 외 원천기술에 대한 자급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퓨얼셀을 유상감자해 투자비를 회수합니다. 오는 12월2일 600억원 감자(보통주 35.45%)를 단행합니다. 한국퓨얼셀은 결손금이 존재했다가 자산 매각 후 이익잉여금이 남았는데 작년말 기준 자본이 1820억원, 부채가 225억원입니다. 이후 누적적자에다 감가상각을 감안하면 추가로 600억원 유상감자를 단행하는 게 사실상 청산 수순으로도 비칩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감자는 주주보상 수단이지만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수년간 신사업 확장에 주력했던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 체제 아래 건전화 작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그룹 총자산은 2019년 79조원에서 2023년 100조원까지 커졌는데 총차입금이 21조원에서 26조원으로 늘었고, 매출이 64조에서 77조원으로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019년 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000억원에 머물렀습니다. 영업이익률은 6%에서 4.6%로 줄어 확장에 따른 실속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게다가 그룹은 2019년 300억원, 이후 매년 수천억원(2021년 6610억원, 2022년 5770억원, 2023년 2990억원) 유상증자도 거듭해 주주에게도 확장의 부담이 미쳤습니다.
한편, 그룹 이차전지 주력인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3분기 매출이 28.2% 줄어들어 성장기업 면모가 손상됐습니다. 영업흑자도 14억원으로 간신히 방어하는 수준입니다. 포스코는 전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하는 등 본업인 철강업황도 부진해 위기관리 경영에 나선 모습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