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오동운 공수처’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가면서 다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도전이 된 ‘채상병 수사’를 놓고 취임 두 달을 맞은 오동운 공수처장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오 처장의 결단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엄단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공수처가 해병대 ‘채상병 순직’ 관련 의혹을 제대로 파헤쳐 존재감을 부각시킬지, 아니면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남을지 여부가 달렸다는 평가입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5월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동운 처장 "정해진 임무 이행" 줄곧 강조
공수처는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이러한 과정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것"며 "정해진 임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 처분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튿날이었습니다.
공수처는 현재 경찰 수사와 별개로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외압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로 알려진, 윤 대통령 등 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무엇보다 오동운 공수처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오 처장은 취임식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등에서 언제나 "좌고우면 없이 원칙과 법에 따른 수사"를 강조해 왔습니다.
오 처장은 지난 5월22일 취임식에서 "공수처가 설립 취지에 맞도록 냉철하게 고위공직자 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진과 협의해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열심히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4일 이원석 검찰총장을 예방한 뒤엔 "진실을 파헤칠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열심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고, 6월10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서도 "외압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지금도 견지하고 있다"며 수사 의지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공수처장의 의지가 수사로 구체화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공수처는 채상병 수사를 1월에야 본격화했습니다. 공수처 소속 검사들의 잇단 사퇴와 내분으로 사건이 접수된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가량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수사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1차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수처는 절차에 따라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지만 수사 진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박주민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이 4월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해병대원 순직 외압' 관련 수사 촉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원 민주당 의원, 박주민 단장, 강준현 민주당 의원, 윤영덕 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채상병 순직 수사에 공수처 위상 달려"
오 처장은 10일 검찰 출신의 이재승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를 공수처 차장으로 대통령에 임명 제청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검사로 재직할 때 형사통이었습니다. 이 변호사를 공수처 차장으로 삼으려는 건 수사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걸로 풀이됩니다. 오 처장은 "신임 차장이 임명되면 공수처가 공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독립 수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직을 이끌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검사 신규 임용에도 나서 검사 25명이라는 정원(6월 말 기준 19명)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채상병 순직 수사’가 공수처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IP(대통령) 외압설’ 등 채상병 순직 수사가 실질적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칼 끝을 겨누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존폐여부까지 거론될 것이라는 겁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채상병 관련 수사는 정치권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규명해야 할 사안으로 되고 있다"며 "어디든 조직의 장이 가진 의지가 중요한데. 수사 결과에 따라 공수처의 위상과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