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등에 업고도…원희룡 '2011년 데자뷔'

원, 7·4 전대서 친이계 지원에도 4위…이번엔 '한동훈 대세론' 속 2위 경쟁

입력 : 2024-07-15 오후 5:17:52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당권 도전에 나섰지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원 전 장관이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지난 2011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7·4 전당대회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이명박정부 시절 원 전 장관은 당내 주류 세력인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고 출마했음에도 4위에 그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강(한동훈)·2중(나경원, 원희룡)·1약(윤상현)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7월9~11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36%의 지지를 받으며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어 나경원 의원이 1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오차범위 밖에서 원 전 장관(10%)을 앞섰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절반 이상인 57%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과의 양자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습니다. 앞서 11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7월8~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ARS 무선전화 방식)에 따르면, '한동훈 대 원희룡' 양자대결에서 한 전 위원장은 47.8%, 원 전 장관은 21.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한동훈 대 나경원' 양자대결에선 한 전 위원장은 47.7%, 나 의원은 25.2%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양자대결 결과 7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친윤계 지원 받은 원희룡…문자 논란 이후 '내상'
 
한 전 위원장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며 '1강 구도'를 굳건히 했고, 이어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구도입니다. 다만 미래지표인 '추세'만 놓고 보면, 원 전 장관이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원 전 장관이 자칫 3위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현 판세와 관련해 '2011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데자뷔'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명박정부 4년 차 당시 원 전 장관은 당내 주류 세력인 친이계의 핵심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원을 받으며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1위는커녕 4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당시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25.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당대표에 올랐습니다. 유일한 친박계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19.7%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나경원 현 의원(18.2%)이 3위에, 원 전 장관이 17.8%의 득표율로 4위에 자리했습니다. 당시 원 전 장관은 친이계의 지원에 총선 불출마 카드까지 던졌지만 당대표가 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원 전 장관은 윤심과 함께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출마했지만, 지난 5일부터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본격화된 이후 되레 지지율이 추락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의 지지율은 13%(6월25~27일 조사)에서 10%(7월9~11일 조사)로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제한하면, 19%에서 15%로, 4%포인트 줄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상현(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1년 전대 이후 친이계 몰락…'친윤계 운명' 분수령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원 전 장관이 4위를 기록한 이후 친이계는 급속도로 몰락했습니다. 친이계가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여권 내 '투톱' 자리를 모두 내준 데다, 기존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홍준표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도 본격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7월 전당대회 2개월 전인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황우여 현 비대위원장이 승리한 데 이어 유승민 전 의원도 당대표 선거에서 2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같은 해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뀌면서 당내 비주류였던 친박계가 당을 장악했습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칼자루를 쥔 친박계의 공천 주도로 친이계 공천 학살이 이뤄졌고, 이어 12월 대선에서 친이계는 대권주자도 내지 못했습니다.
 
과거 13년 전 친이계 몰락에 이은 친박계 부상은 현 시점에서 친윤계, 친한(친한동훈)계의 관계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 승리한다면 친윤계는 친이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