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개혁에선 수사·기소권 분리와 함께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시민들이 재판 단계에서 참여하는 걸 넘어 형사사법체계 내 수사와 공소단계에서도 권력을 감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수사절차에 대한 기본법이 없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권력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적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는 ‘형사사법체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제자로 참석한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검찰개혁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 내부의 직접 수사인력을 조직 차원에서 분리하는 것”이라며 “다만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건 수사·기소 분리가 형사사법개혁 전체에 있어 목적적 가치가 아닌 수단적 가치라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형사사법개혁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사법체계 내에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사법 원리를 구현하는 일이지 단순히 검찰을 조직적으로 쪼개는 건 본질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권력구조 개편에서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라는 명제가 강조됐지만,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강조된 것에 비해 각 기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기존 법률전문가 중심의 사법(관료사법)에서 민주적 통제원리를 강조하는 시민 중심의 사법체계(시민사법)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가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형사사법체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면서 “시민사법 원리는 시민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사법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관점으로, 사법 책임의 원인과 소재를 시민이 주도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할 것으로 요구한다”며 “이를 위해 관료사법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 체계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개혁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지난 2022년 시민의 사법 참여를 강화한 ‘형사사법개혁 모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가수사청을 신설해 수사와 기소를 조직적으로 분리한 후 각 기관에 대해 책임성을 담보할 제도를 두고 시민참여기구가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참여연대는 국가수사청의 수사권에 대해 수사절차상 위법을 통제하는 장치로 수사위원회, 수사결과에 대한 심의기구로 수사적정성심의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또 검찰의 공소권을 통제하는 사전 심의기구로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공소심의위원회, 불기소 처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검찰시민위원회 도입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의 하나로 수사절차에 투명성을 강화하는 수사절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는 “최근 검찰의 불공정한 행태들로 인해 검찰개혁이 다시 입법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형사사법 영역에서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도 통일성을 갖춘 수사절차법을 제정해 수사 일선의 매뉴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