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 조직과 시스템을 개혁하고 중립성을 보장해 '탈정치검찰' 과제를 완수하는 건 지난 30년간 보수·진보정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거론된 의제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선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여론도 높아졌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역대급 승리를 거둔 배경에도 검찰독재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도 '검찰개혁의 시간'은 다시 시작될 분위기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한국 정치엔 정치혁신이 필요하고, 정치혁신을 위한 과제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직 검사, 시민사회 인사, 22대 국회의원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해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권력기관을 개혁할 때 치밀한 준비와 계획, 정교한 실행력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권력과 권한을 가진 검찰 조직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분리를 추진해 놓고도 정권이 바뀌자 검수완복(검찰수사권 완전 복원)으로 된 건 디테일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작용했다고 본다"며 "총선 결과에서 드러나듯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고 개혁동력은 상당하다. 다만 실제로 제도개혁을 추진할 때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디테일한 측면들을 놓치면 애초 기대한 개혁방향에서 어긋나거나 현실적 장벽에 막혀 개혁 추진이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할 경우, 실제 경찰의 범죄대응 능력을 고려해 인력배치나 조직개편까지 함께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정치권에선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논의에만 집중하는데, 중수청을 만들더라도 법무부 산하에 두느냐,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느냐, 총리실 산하에 두느냐 등에 따라 중수청 역할과 권한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난 2019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위원장인 김남준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변호사는 "영국처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이 공소 유지를 할 때 경찰의 협조를 유기적으로 받도록 할지, 중수청으로 범죄 수사를 모두 이관할지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각각의 방안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당위성만이 아닌 우리 현실을 고려한 판단과 세부적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문재인정부, 개혁의지 강했지만 '실기'"
김 변호사는 문재인정부에서 제2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사법위원장도 했고,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시절인 제1기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하며 검찰개혁 등 사법권력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혁과제를 실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위원회는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권고하는 입장이라 집행부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집행부 쪽엔 별도로 검찰개혁을 담당하는 조직이 없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했는데, 민정수석실에는 당시에도 검사들이 상당 부분 포진해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 의지는 분명히 가졌지만,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처리하는 과정에 검찰 권력을 이용한 탓에 국정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추진하진 못했다"며 "국정을 담당하게 되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마련인데, 이런 측면 때문에라도 검찰개혁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참여정부도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는 강했습니다. 참여정부는 검찰이 자율적으로 조직을 혁신하는 방향의 검찰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권력기관 개편도 제대로 이행될 수 없었습니다. 검찰이 이익집단과 같이 조직을 우선하고 사법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진심을 가지고 개혁 의지를 표명하면 검찰이 알아서 스스로 개혁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한 게 검찰개혁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말입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김남준 변호사에게 위촉장을 수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변호사는 "문재인정부에서 1기 법무·검찰개혁위 활동 때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의 방안을 제출했다"면서 "당시 공수처 설립안의 경우 공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인력도 지금의 2배 이상을 가지는 걸로 했는데, 그때부터 검찰은 자기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반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오동운 처장이 취임하면서 2기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력 부족 논란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김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이미 1기 법무·검찰개혁위 시절부터 했다고 합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조국 전 장관은 사임했고, 개혁에 대한 검찰 반발이 상당히 강했다"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는데, 법무부와 협조가 전혀 안 됐다. 그때부터 윤 총장은 검찰개혁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제도개혁은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고 입법부의 의지뿐 아니라 구체적 조직개편과 인력조정 등 행정부 측면의 실행 노력도 필수"라면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별도의 조직을 꾸려 충분한 논의와 실행계획을 세우고, 개혁 과제를 실행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