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 조직과 시스템을 개혁하고 중립성을 보장해 '탈정치검찰' 과제를 완수하는 건 지난 30년간 보수·진보정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거론된 의제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선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여론도 높아졌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역대급 승리를 거둔 배경에도 검찰독재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도 '검찰개혁의 시간'은 다시 시작될 분위기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한국 정치엔 정치혁신이 필요하고, 정치혁신을 위한 과제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직 검사, 시민사회 인사, 22대 국회의원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해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내부의 적폐와 부패를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스스럼없이 부당 행위를 일삼고,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학연과 지연, 근무연을 앞세워 '내 사람'이라면 좋은 자리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공무원 조직이 있다면 상상이 가세요? 바로 검찰입니다."
이연주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 지난 3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적폐가 굳어지면 도덕적 판단이 상실된다"면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거대 담론적인 검찰개혁도 좋지만, 검찰 내부의 썩고 일그러진 문화를 청산하는 것도 시급한 개혁 과제"라면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이연주 변호사가 3일 <뉴스토마토>와 검찰개혁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관행으로 굳은 적폐, 도덕성까지 마비
이 변호사는 지금의 검찰 모습에 관해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밖으로는 추상과 같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사가) 범법을 저질러도 수사와 기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면서 "도덕이 작용하지 않는 조직이 검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유독 검찰엔 '우병우사단'이나 '윤석열사단'처럼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학연과 지연, 근무연을 앞세워 뭉치는 게 검찰"이라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자기 사단'을 요직에 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기소율과 사건처리율 등 객관적 지표를 통해 능력 있는 검사들이 중용돼야 하는 구조가 바람직한데, 무엇보다 인사 평가가 엉망"이라며 "인사 평점은 쓸모가 없다. '잘 나가는 사단'에 들어가서 주목받으면서 승진이 쉬운 자리를 차지하고, 그렇지 못한 검사들은 일만 뼈 빠지게 하다가 결국 밀려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럴수록 힘 있는 사단의 핵심 상사 눈에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검찰문화부터 만들어졌다"며 "이걸 개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은 결국 상관이라는 '사람에 충성' 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상관의 인사 평가가 한 검사의 이력에 극단적으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상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선) 수사도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부당한 수사인데, 인사권을 쥔 상관의 눈치를 보려면 먼지를 털어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법에서 폐지된 상명하복, 내부에선 '거부 불가'
검찰의 문화는 독특합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이 핵심입니다. 물론 현행 검찰청법에서 검사동일체라는 말이 없습니다. 2004년 2월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말을 지운 겁니다.
현행 검찰청법 제7조는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고(제1항)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2항) 검사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라야 하지만, 적법하지 않거나 부당한 지시에는 이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에선 여전히 상관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인사권을 통해 상명하복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말을 지운 지 20년이 넘었지만, 검찰의 의식 속엔 여전히 상명하복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겁니다.
2004년까지 존재했던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등입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검찰의 조직문화는 검찰 스스로 바꿀 수 없다"면서 "권력의 하수인으로 오랜 세월을 영위해 왔던 조직문화는 잘못된 지시도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구축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검찰에선 내부비판을 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순종하고 침묵'하는 검사를 양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검찰개혁 TF가 5얼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잃을 게 많을 수록 '조직 보위'에 주력"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말만 나오면 거세게 저항합니다. 보수·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30년 넘게 검찰개혁을 추구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도 검찰의 저항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말입니다. 그만큼 검찰은 조직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해야 한다는 '보위본능'이 강하다는 겁니다. 이 변호사는 "개혁을 두려워하는 세력은 잃을 것이 많기 떄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수사에 관한 전권을 독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앞세워 '수 틀리면' 현 정권에게도 칼을 겨눌 수 있는 조직이 검찰입니다. 검찰 스스로 그런 막강한 권력을 내려놓게 하는 개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변호사는 "엘리트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범법행위를 해도 스스로를 처벌하지 않는 권력의 달콤함을 쉽게 내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검찰이라는 조직을 지켜야만 검사 스스로도 살아남기에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