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하반기 서울 내 알짜 정비사업지 입찰을 두고 건설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최근 건설사들은 서울권에 입지가 좋은 사업장이라도 늘어난 공사비 등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2~3년 전보다 정비사업 입찰경쟁 열기는 줄어든 상황인데요, 다만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등 부동산 시장 회복신호가 포착되고 있고, 상반기 수주 부진을 만회하려는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 의지까지 합쳐지면서 상반기보다는 정비사업이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대장주' 한남5구역 유찰…재입찰 공고 예정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한강변 알짜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입찰 마감에 DL이앤씨가 단독 응찰하면서 유찰됐습니다. 한남5구역은 예정 공사비 1조7583억원의 사업장으로 한강조망권이나 신분당선 동빙고역 개발 수혜가 예상되는 등 입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왔습니다. 지난 5월 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하는 등 관심을 모았습니다.
조합 측은 현장설명회에서 입찰안내서를 받아간 시공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제한을 걸었지만 실제 참여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실상 DL이앤씨의 단독 응찰이 유력하게 점쳐졌는데요, 경쟁사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은 인근 한남4구역 사업 입찰을 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지는 한남5구역이 더 좋지만 한남4구역이 조합원 수 대비 지어지는 분양 준공 세대 수가 많고 층수 제한도 완화돼 정비사업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재개발 구역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한남5구역에 비해 입지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남2구역이나 한남3구역도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는데요, 한남5구역의 경우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근 사업장보다 재개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건설사들 입찰 열기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1차 입찰이 유찰된 한남5구역 조합 측은 용산구청과 협의 후 바로 재입찰 공고를 올릴 예정입니다. 한남5구역 조합관계자는 "정확한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공사 선정 계획에 대한 대의원회 결의 등에 따르면 1차 입찰 유찰 시 즉시 재입찰 공고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입찰 시 다른 건설사들의 입찰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건설사들의 참여를 통한 경쟁입찰을 원하고 있지만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길음5구역, 포스코이앤씨 '수의계약' 진행 …신길2구역도 유찰 가능성
오는 17일에는 사업비 1조696억원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이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섭니다. 해당 구역은 1호선 영등포역과 신길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대지면적이 9만2531㎡, 연면적이 46만516.74㎡에 최대 49층, 약 2550가구가 들어서는 대형 단지입니다.
신길2구역 역시 유찰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무엇보다 3.3㎡당 공사비가 750만원 수준에 그쳐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 조합 측이 시공사에 선 제시하는 3.3㎡당 공사비는 800만~900만원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합 측이 지난 3월에는 건설사 간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가 다시 불가 방침을 선언한 것도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걸림돌입니다. 해당 사업지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유찰을 겪었던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 15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서 대우건설만 응찰했습니다. 이에 대우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해당 사업지에는 지난 4월과 5월 모두 대우건설만 참여하면서 사업이 유찰된 바 있습니다. 개포주공5단지는 오는 8월 대우건설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할 지를 결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서울 성북구의 길음촉진5구역도 16일 마감한 시공사 선정에서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응찰했습니다. 조합 측은 포스코이앤씨와 조만간 수의계약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재개발 구역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정비사업에서 출혈 경쟁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최근 아파트 매매가 상승 등 부동산 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는 만큼 향후 정비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입찰이 지금보다 활발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일정부분 회복하는 국면이다보니 시공사와 조합 간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주택시장이 꺾이는 국면에서는 건설사들이 주도권을 쥐다보니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상승국면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 상승기조가 뚜렷한데 이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서는 아파트의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며 "기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재개발도 입주했을 때 상승 여력이 큰 입지가 좋은 곳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