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출렁'…트럼프발 기대감 '업'

친 크립토 민주·공화 젊은층 공략
피격 후 BTC 9100만원 돌파
"한국도 ETF 정책 고민 이어질 것"

입력 : 2024-07-17 오후 12:17:57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피격 사건을 겪으며 우호적 여론을 등에 업자 크립토(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평소 가상자산에 대해 친화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8000만원대 초반을 유지하던 비트코인(BTC) 가격이 트럼프 후보 피격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37분 업비트 거래소에서 BTC 가격은 9183만원을 기록했습니다. BTC 종가는 트럼프 후보 피격이 알려진 14일(현지시간 13일) 8543만원이었지만, 다음날인 15일 9000만원을 넘겼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 미수 사건 이틀 만인 15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밀워키·AFP=연합뉴스)
 
"당신들의 BTC 지키겠다"
 
이는 크립토 친화적인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예측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예측 가능성을 기존 60%에서 70%로 올려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간 친 크립토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그는 지난 5월 "크립토의 미래와 비트코인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5000만 크립토 홀더들의 셀프 커스터디(자체 보관)할 권리를 지원하겠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과 그 패거리로부터 당신들의 비트코인을 지키겠다"고 발언하는 등 크립토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혔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반 크립토 군단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민주당의 반 크립토 움직임의 중심에 선 인물로 평가 받는데요.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크립토를 보는 관점과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 아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크립토에 매우 적대적"이라며 "최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앞두고 이더리움을 위시한 지분증명방식(PoS) 계열 네트워크에 필수적인 '스테이킹'의 증권성을 문제삼으며 이더리움 생태계의 핵심 기업인 컨센시스사를 고소하는 것은 물론, 크립토 VC들도 대대적으로 조사중이라는 업계 소문도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SEC의 강경 적대 스탠스는 크립토 산업 전반에 법적 불명확성을 제공해 산업 성장을 가로막아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가상자산 포용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내 젊은 지지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자신의 머그샷 컬렉션을 NFT(대체 불가 토큰)으로 출시해 하루만에 완판했고, 최근 네 번째 NFT 컬렉션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선거 비용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가상자산으로 투입됐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은 '월 스트리트 저널'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분기 트럼프 선거 캠프 모금액 약 3억3100만 달러 중 약 300만 달러가 가상자산으로 모금됐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친 크립토 행보는 대중국 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받아들인 계기에 대해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먼저 산업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훌륭한 기반을 갖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다른 나라가 먼저 가상자산 산업을 장악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J.D.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밀워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당선=크립토 장기 호재
 
이에 가상자산 산업 전체가 장기적인 호재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 확률이 올라갔다는 점,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는 점은 가상자산에 적대적인 SEC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점에서 크립토 산업 전체에 호재로 작용할 예정"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와 리플 소송(또는 합의) 결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등 다른 호재와 맞물려 가격 상승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내 시장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등에 대한 정책 고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보면 비트코인 채굴을 장려하고, 기존의 크립토 산업 규제 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며, 크립토에 친화적인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메이트로 선임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을 위한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시장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같은 정책들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재선 시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최근 들어 크립토 시장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기존 SEC가 갖고 있던 기조를 급격하게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도 이를 알고 있기에 이번 피격에 가격 상승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친 크립토 정책 마련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허용해, 우리 자본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을 한 단계 개선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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