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백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당대회 마지막 합동연설까지 각 후보들은 폭로와 난타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원·윤·한 "대통령도 사과…성역 없어야"
17일 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후보는 '김 여사가 명품백 반환 지시를 했지만 행정관이 깜빡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럼에도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채널A 주관으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도 4명의 후보 모두 '김건희 여사,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의 연장선입니다.
나 후보는 "성역이 없다는 말씀대로 해야 되는 게 맞다"며 "수사 부분에 있어서는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원 후보는 "영부인은 몰카 공작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물로 들고 간 백에 대해서는 사실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라는 대통령 언급이 있었다"면서 "당당히 조사를 받고 국민한테 심경을 진솔하게 얘기하면 국민은 막상 숙이고 들어오는 사람, 자기를 낮추는 사람한테는 마음이 열려 있다. 그런 전환점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후보도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께서 궁금해하고 대통령께서 사과까지 했기 때문에 법의 정신에 따라서 법 앞의 평등의 정신에 따라서 사안을 마무리 지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경원(오른쪽 두번째),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후보. (사진=뉴시스)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 '파장'…한·나 '정면충돌'
그런데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어져 온 비방·폭로전은 더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한 후보는 합동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지 않냐"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나 후보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한 후보는 "본인 사건이잖나"라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해당 논란은 토론회 직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나 후보는 SNS에서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문제는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의 충언이었다"면서 "역시 한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라고 했습니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진행된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도 거듭 "보수 정권 당대표 후보 맞냐"며 "이기적이고 불안하며 연대 의식도 없는 후보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상 한 후보가 나 후보의 '불법 청탁'을 폭로한 셈인데요. 야권도 한 후보의 폭로에 가세하며 파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도 신경전은 지속됐습니다. 원 후보는 발언 시간의 전부를 한 후보 겨냥에 모두 할애하며 견제에 나섰습니다.
특히 한 후보의 폭로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야당의 정치 수사대상으로 던져버렸다"며 "동지를 악역으로 만드는 (한동훈) 후보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