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연설중인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지지자들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며 '난장판'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후보들의 폭로전과 비방이 거세진 영향인데, '분당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의 4번째 전당대회에서는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동훈 당대표를 겨냥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의 견제가 이어졌습니다.
나 후보는 "대권 욕심 때문에 대통령과 각 세우는 사람, 국정농단, 당무개입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 혐의 씌운 단어들, 그 단어 스스럼 없이 말하면서 민주당에 빌미 주는 후보, 정말 위험하고 불안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했던 한 후보를 직격한 겁니다.
나 후보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도 언급하며 "또 1년짜리 당대표를 뽑으면 1년 후에 비대위를 하냐, 전당대회를 하냐. 지긋지긋하지 않냐. 당이 이래서 바뀌겠냐"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상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 6개월 전에 당직을 내려놔야 하는데, 잠재적 대선 후보인 한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 2년 중 1년만 수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원 후보도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면서 "실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드루킹은 19대 대선 당시 '여론 조작'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실형을 받은 사건인데, 이를 한 후보의 댓글팀에 빗대며 견제에 나선 겁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해서도 "당대표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절대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한동훈,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한 후보는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단 게 잘못인가"라며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팀을 운영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견을 존중하는 정당이다. 이견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는 정당"이라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이런 이견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견을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보들의 신경전이 거세지는 사이 각 후보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언쟁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한 후보 연설 도중에는 한 청중이 "배신자"라고 외치며 연단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려 했고, 한 후보 지지자가 달려들어 거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때 한 후보는 "국민의힘은 이 수준이 아니다"라며 "제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것은 좋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분당 대회'라는 지적까지 제기하고 있는데요. 윤 후보는 연단에서 내려오며 "이게 솔직한 우리 당의 수준"이라며 "전당대회 이후 당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토로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