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1주기…1년간 수사 진행 살펴보니

경찰, 논란증폭 '수사결과'…공수처 '하세월'

입력 : 2024-07-19 오후 4:43:23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7월19일자로 순직 1주기를 맞았습니다. 채상병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는 해병대 수사단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얽혀 있지만, 외압 의혹만 불거지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기묘한 수사’라는 지적만 나옵니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은 커녕 대통령실이 개입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고 있어 ‘특검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7월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병대 수사단 조사보고서, 경찰 이첩 후 국방부 회수 
 
채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집중호우로 민간인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실종 지점에서 6㎞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이후 박정훈 대령을 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은 곧바로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지난해 8월2일 오전 10시30분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특정한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습니다. 군인 사망 사건은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군사법원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불과 4시간만인 오후 2시20분쯤 국방부는 박 대령을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했고, 오후 7시20분쯤 국방부 감찰단이 이첩 관련 기록을 모두 회수합니다. 이유는 혐의자와 혐의 내용 등을 빼지 않고 그대로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게 ‘항명’이라는 겁니다.
 
곧바로 다음날인 8월 3일 박 대령은 군형법상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조사단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경하게 반응합니다.
 
이어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21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와 달리 임성근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지휘한 대대장 2명의 범죄 혐의만을 적시해 다시 경찰에 이첩합니다.
 
한 시민이 7월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뒤늦은 시작, 1년째 답답한 수사만…경찰은 '면죄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박 대령이 수사단장 자격으로 경찰에 수사기록을 이첩하기 전인 지난해 7월30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대령이 올린 보고서를 결재합니다. 그러나 하루 뒤인 31일 자료를 넘기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박 대령은 이를 따르지 않고, 보고서를 경찰로 보냅니다. 그러자 국방부 검찰단이 기록을 회수하고, 그를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합니다.
 
박 대령은 지난해 8월1일 김계환 사령관과의 회의에서 ‘VIP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 김 사령관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과 통화를 했고, 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보고서 및 기록의 경찰 이첩을 이 전 장관이 막아섰다는 겁니다.
 
당시 지휘라인의 최고 위치에 있던 임성근 전 사단장의 책임을 수사단이 적시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해 이 전 장관에게 지시했고, 조사 보고서가 경찰로부터 회수됐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대두된 겁니다.
 
관련 사건은 현재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채상병 순직 이후 수사의뢰를 받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가량 공수처 검사들의 잇단 사퇴와 내분 등으로 사건을 손을 놓고 있다가 올해 1월에야 본격 수사를 착수한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1차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절차에 따라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사 진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지난 8일 수사에 착수한 날로부터 11개월 만에 결과를 내놨습니다. 해병 1사단 7여단장과 예하 포병 선임대대장 등 6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키로 한 겁니다.  
 
그러나 채상병이 수해현장을 수중 수색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때 지휘 라인의 최상단에 있던 임성근전 사단장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 '혐의 없음'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실 눈치 때문에 채상병 사망 사고에 연루된 임 전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해결이 빨리 될 수 있는 사안인데, 1년을 끌면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못 미더운 경찰 발표에 공수처 수사도 하세월이니 특검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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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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