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채 상병 1주기…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입력 : 2024-07-19 오전 6:00:00
벌써 1년이 됐습니다. 스무살 ‘꽃다운 청춘’은 피지도 못하고 급류에 휩쓸려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 때처럼 빗줄기는 우악스럽게 전국을 돌아가며 할퀴고 있습니다.
 
해병대 채수근 일병(당시 계급)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민간인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실종 지점에서 6㎞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이후 상병으로 추서돼 우리는 ‘채 상병’이라고 부릅니다. 국가에서 보국훈장도 수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채 상병은 군대에 갔다가 제대도 하지 못하고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1년이 흘렀지만, 아직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군대는 명령’일 텐데, 지휘선상의 직속 최고 지휘관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물에 들어가라고 한 적 없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박정훈 대령을 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발생 보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의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법률에 따라 군 수사기관은 민간 수사기관인 경찰에 결과를 넘겨 향후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보고를 받은 뒤 경찰에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고,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까지 나오는 등 ‘외압 의혹’까지 나옵니다. 
 
‘외압 의혹’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사건 발생 6개월이 돼서야 수사에 본격 착수했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에는 ‘하세월’입니다. 경찰은 1년이 다 된 지난 8일 수사 결과를 내놨는데, 현장지휘관(7여단장 등)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 등 3명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송치를 결정했습니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책임자들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포함된 사적 교류 카카오톡 단톡방의 이름은 ‘멋진해병’입니다.
 
그들과 취지는 다르겠지만, 채 상병은 진정한 ‘멋진해병’이 되기 위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원 입대했을 겁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채 상병 관련 수사는 속시원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청년의 죽음’은 정쟁으로 들끓고, ‘군대 많이 변했다’ 하는 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병사를 하찮게 대하는 것을 보면 ‘군대는 역시 군대’인가 봅니다.
 
젊은 사병이 급물살에 휘말려 생을 마감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 장성들을 향해 일갈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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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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