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⑥10년새 쪽방 20%·거주자 33% 감소

쪽방 개수, 2014년 4150개 → 2023년 3357개
거주자, 10년간 3502명 → 2360명…32.6% 줄어
재개발 과정서 건물주에 퇴거당하는 경우 많아
고령에 건강상태도 미흡…자연사망자 영향도

입력 : 2024-07-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뉴스토마토>는 쪽방촌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실태 체험에 이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지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쪽방촌 실태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하는 중입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치로, 서울시가 조사 및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최근 10년간 쪽방촌의 쪽방 수는 20%, 쪽방 거주자는 33%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쪽방촌이 재개발되면서 퇴거 이슈가 불거지는 창신동과 남대문은 쪽방이 비는 속도가 가팔랐습니다. 거주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편인 영등포 쪽방촌은 오히려 거주자 숫자가 늘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쪽방촌의 쪽방 개수는 2014년 4150개에서 2023년 3357개로 감소했습니다. 10년 사이 19.1%가 줄어든 겁니다. 지난해 쪽방 개수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쪽방 건물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347곳에서 268곳으로 22.8%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쪽방 거주자의 하락폭은 더 가파릅니다. 10년 동안 3502명에서 2360명으로 32.6% 줄었습니다. 
 
이같은 감소세엔 통계 기준이 변한 것도 일부 작용했습니다. 2014년 최초 조사에선 전농1동 쪽방촌이 포함됐다가 2018년부터 조사부터는 집계에서 빠진 겁니다. 2014년 전농1동 쪽방 개수는 233개, 건물은 15곳, 거주자는 151명이었습니다. 
 
전농 1동을 제외하고, 이른바 서울 5대 쪽방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거주자는 2014년 418명에서 2023년 188명으로 55.0%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구 남대문 쪽방촌 거주자도 821명에서 387명으로 52.9% 줄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거주자는 1109명에서 868명으로 21.7%,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주자는 635명에서 492명으로 22.5% 줄었습니다. 창신동·남대문·동자동·돈의동 쪽방촌은 지난 10년간 쪽방 개수도 감소세입니다. 
 
반면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은 거주자가 늘고 있습니다. 2014년 368명에서 2023년 425명으로 15.5% 증가한 겁니다. 쪽방 개수도 433곳에서 531곳으로 26.3% 늘었습니다. 
 
6월1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사진=뉴스토마토)
 
전반적으로 쪽방촌의 쪽방 개수와 거주자 숫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재개발 때문입니다. 재개발을 원하는 쪽방 건물주가 세입자인 거주자를 내쫓거나, 더이상 거주자를 받지 않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재개발로 인해 쪽방촌 거주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재개발은 어떤 수단으로든 거주자들을 다 퇴거시키고 쪽방을 공실로 만든 상태에서 개발이 들어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건물주들이 전입신고도 안 받는 방식으로 거주자들을 퇴거시키는 곳도 있다"고 했습니다. 
 
돈의동 쪽방상담소의 한 관계자도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역시 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건물주들이 쪽방 주민들을 더이상 받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 등은 쪽방촌을 재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영구임대주택 370호, 행복주택 91호, 분양주택 321호를 짓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준공 날짜는 2026년입니다. 이 사업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합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쪽방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동자동의 경우 2021년 2월 국토교통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들, 세입자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들은 민간개발로의 전환을 요구하지만, 세입자들은 강제 퇴거를 동반하는 민간개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쪽방촌 거주자들이 대부분 고령이고 건강상태도 취약하기 때문에 사망 등으로 자연감소하는 영향도 거주자 숫자 감소에 큰 영향을 주는 걸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가 7월19일 보도한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④(단독)쪽방 거주자 최다 질병은 고혈압…10년새 당뇨 급증> 기사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은 고혈압과 당뇨로 나타났으며, 거주자 10명 중 4명은 고혈압을 겪고 있고, 10년 새 당뇨를 앓는 비율도 급격히 오른 걸로 조사됐습니다. 또 거주자 절반가량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 3년 동안 동자동에서 100명 넘게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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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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